워싱턴 싱크탱크 “中 자본, 미국 기업 위장해 기술·인력 유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술분야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위성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AP/연합 중국 기업들, 정체 숨기고 현지화하며 미국 지원 받아
미국의 개방적인 투자 규정 개선 시급… 中에 악용돼
중국 자본이 미국 기업으로 위장해 첨단 기술과 지식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감시와 규제의 허점을 지적하며 “개방 정책의 틈새를 이용한 중공의 기술 절취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소재 기술정책 연구기관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중국계 기업이 미국 현지 법인 형태로 위장해 자금·인력·지식재산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이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산업과 군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국유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3개 회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캘리포니아 에어로스페이스 테크놀로지(CAT), 기계공학 분야 캘리포니아 매뉴팩처링앤엔지니어링 컴퍼니(CMEC), 배터리 전문 파라시스(孚能科技·Farasis) 등이다.
CAT는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4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항공공업그룹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회사다. CMEC은 중국 저장딩리기계(Dingli)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딩리의 주요 거래처에는 인민해방군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사례인 파라시스는 미국 정부 연구 프로젝트와 국방부 자금 지원을 받아 성장했지만, 2009년 중국 장시성으로 본사를 옮긴 뒤 국유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통제권이 사실상 중국 정부로 넘어갔다.
중국 상무부는 이미 2017년 발표한 ‘해외투자발전보고서’에서 “중국 다국적기업은 국제화와 현지화를 병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모국 정체성을 희석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션밍스 연구원은 “중국은 ‘군민융합’ 전략을 통해 국유기업을 민간 또는 외자기업으로 위장시켜 기술을 빼내는 데 능숙하다”며 “미국 기술을 학습·복제해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추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난화대 국제학과 쑨궈샹 교수도 “중국 공산당은 항공·배터리 등 전략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이들 위장 기업이 미국 산업 기반과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개방적 투자 환경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절취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규제체계에서는 회사의 실질적 소유 구조나 국적을 감추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며, 이 때문에 미국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국유기업들이 전략 산업 내에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계 기업들은 복잡한 법적·금융 구조, 브랜드 전략, 투자 경로를 이용해 정부 영향력과 전략 의도를 감추고 있다”며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한 강화, 소유권 공개 의무 확대 등 보다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보완에 앞서 기업들의 안보 의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션밍스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기술 탈취 시도는 법망을 피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이 단기 이익에 눈이 멀어 국가 안보 관점에서 기술 유출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면,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중국 공산당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에 대해선 제재와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단기적인 이익보다 기술 주권을 지키는 장기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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