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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회담 임박… 美·中 휴전 지속 여부 주목

2025년 10월 30일 오전 10:32
2025년 10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있다. | Photo by Andrew Harnik/Getty Images2025년 10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있다. | Photo by Andrew Harnik/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목요일) 한국에서 회담을 갖는다.

미국 측 협상 대표들은 이번 두 정상 간의 회담이 양국 간의 불안정한 무역전쟁 휴전 상태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나라가 여전히 첨예한 지정학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만큼, 장기적인 경제 마찰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정상 회담은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를 앞두고 개최된다.

백악관은 회담이 한국 시간 10월 30일 오전 11시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과 마주하는 자리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여러 차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밝혀왔다.

그러나 양국이 경제·지정학적 경쟁에서 점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새로운 냉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무역 완화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5일간 아시아 순방 일정의 마지막 일정이 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희토류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의 희토류 자원 독점 구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희토류는 자동차에서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 산업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지난 10월 9일, 중국은 희토류 제품의 수출 통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한동안 완화됐던 무역전쟁의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며,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주말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의 협상을 진행해 ‘무역전쟁 완화’를 위한 기본 틀에 합의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에 따라 베이징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예정됐던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협정의 최종 승인 여부는 두 정상간의 회담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회담을 하루 앞둔 10월 29일, 중국 국영기업 중롄그룹(COFCO)이 미국산 대두 세 척 분량(약 18만 톤)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번 수출 시즌 들어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산 대두를 구매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와 대두 구매 재개가 양국 관계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무역전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문제 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상대국이 의존하는 핵심 상품과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목 죄기 전략은 계속될 것이며, 마치 장전된 총이 책상 위에 놓인 상태와 같다”면서, “두 나라 모두 동시에 핵심 자원에 대한 상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향후 1년 동안 여러 차례 이어질 회담 중 첫 번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양국 간 협상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중국이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는 조건으로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영상 플랫폼 ‘틱톡’ 문제에 대해서도 시진핑과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미국 내 사업을 분리하지 않으면 틱톡은 미국 내에서 금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郭嘉昆)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중‧미 관계의 전략적·장기적 문제와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측과 함께 노력해 이번 회담이 긍정적 결과를 거두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실질적 합의는 어려워”

양국은 앞서 협상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세 자릿수에서 약 55%로 낮추고, 중국의 대미 관세는 10%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으며, 해당 조치는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이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경제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양국 정상은 실질적 해결책보다는 일시적 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정상 회담에서 어떠한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근본적이거나 지속적인 합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이번 회담으로는 미국이 수십 년간 제기해 온 중국 시장 접근 제한 및 과잉 생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스 그레이 현 미국 글로벌전략(AGS) CEO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정 부분 경제적 합의에 이르기를 원하지만, 중국이 갈등 확산을 피하려면 실질적 양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에 펜타닐 관련 제품에 대한 20% 관세 철폐, 민감한 미국 기술의 대중 수출 규제 완화, 그리고 중국 선박에 부과된 새로운 항만 이용료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문제로 긴장 고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대만을 둘러싼 지역 안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10월 26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폭격기 부대가 최근 대만 인근 공역에서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 관련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마이클 소볼릭은 “시진핑은 반드시 대만 문제에서 일정한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에 응해서는 안 되지만, 시진핑이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 백악관 고위 관계자 알렉스 그레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과의 합의를 위해 대만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는 오히려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도 “대만은 미·중 회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은 법률상 대만의 자위 능력 제공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전례를 들어 트럼프 정부가 어떤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영리단체 ‘스테이트 아머(State Armor)’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루치는 X(옛 트위터)에 “나쁜 합의를 하느니, 차라리 합의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강조하며 “공산주의자들은 서명 당시만 잠시 약속을 지킬 뿐, 이후엔 절대 신뢰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다”고 말했다.

정상 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베이징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10월 24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2020년 트럼프 정부와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를 명백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조사를 개시했다.

당시 합의에서 베이징은 미국산 농산물·제조품·에너지 등 총 2000억 달러 규모 추가 구매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 당국은 “중국의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새로운 관세나 제재 조치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