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 중 美‧中 경쟁 격화… 중국, 각국에 ‘구애’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0월 27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 Kyodo/via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중국 공산당(CCP)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의 회담으로 마무리될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잇따라 여러 건의 협정을 체결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자국 관리들을 통해 개별 무역협정을 추진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간 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순방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한국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두 개의 대형 회의를 양 끝에 두고 진행돼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개국 지도자들과의 양자 접촉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음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미국과 중국이 각각 체결하거나 합의한 협정들의 주요 내용이다.
아세안(ASEAN) 관련 협정
트럼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10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과 동시에 이뤄졌다.
그는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을 직접 중재·참관했으며 같은 날 백악관은 “미국이 캄보디아 및 말레이시아와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태국·베트남과는 무역협정의 기본 틀(framework)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말레이시아에서의 하루 일정 동안 안보 협력 강화와 초국가적 범죄 대응 협력 증진에도 합의가 이뤄졌다.
말레이시아는 미국산 농산물에 우선적인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고,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에너지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대규모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연간 34억 달러(약 4조6920억원) 규모로 수입하고 △석탄 4260만 달러(약 587억원)어치 △통신장비 1억1900만 달러(약 1642억원)어치를 매년 구매하며 △보잉 항공기 30대 △반도체, 항공우주 부품, 데이터센터 장비 등 총 1500억 달러(약 207조원) 규모의 미국산 첨단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번에 처음으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으며 이를 통해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은 안보 협정을 체결해 미국이 캄보디아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고 미군 사관학교 등에 캄보디아 장교들의 정원 확대를 허용했으며 양국이 공동 방위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또한 마약 밀매 및 온라인 사기 범죄 등 초국가적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태국은 미국산 공산품, 식품, 농산물 대부분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으며 온라인 사기 조직 수사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미국의 산업 및 농산물에 우선적인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으며 베트남 내 여러 기업이 앞서 약 29억 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의 농산물 구매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미국과의 최종 협정이 체결되기 전 베트남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규제 기준 강화를 위한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베트남은 또한 8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 규모의 보잉 항공기 5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아세안 11개 회원국은 또한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양자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7710억 달러(약 1064조원)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이 리창(李強) 중국 국무원 총리는 10월 27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회원국들에게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에 맞서 단결할 것”과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을 촉진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와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며 특히 중국의 펜타닐 원료 수출이 미국 내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위기를 악화시켰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해 왔다.
2026년 차기 아세안 의장국이 될 필리핀은 회의에서 “평화를 원한다”는 중국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선박에 가한 공세적 행위 사례를 직접 거론했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0월 28일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3.0 버전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디지털 경제와 녹색 경제 등 새로운 분야를 포함한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이번 업그레이드는 무역 장벽을 한층 더 낮추고 공급망 연결성을 강화하며 미래 성장 분야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이번 협정이 농업, 디지털 경제, 제약 산업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아세안 간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심 광물
이달 초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 긴장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 지렛대가 되지 못한다”며 “만약 중국이 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경우 미국과의 모든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가속화해 왔으며 10월 20일 호주와의 핵심 광물 협정에 서명한 뒤 “1년 안에 우리는 너무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하게 될 것이고 그걸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무역협상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제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과도 핵심 광물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태국‧말레이시아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정보 공유, 투자, 협력을 포함하며, 그 내용에는 지질과학 공동연구, 워크숍, 학술 세미나, 그리고 비시장적‧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일본과의 기본 합의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핵심 광물 채굴 및 정제 분야에서의 공동 지원과 미국 및 일본 기업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합의는 국가 비축량 확보, 규제 절차 간소화, 공급망의 취약 부분 파악 및 해소, 합의 후 6개월 이내 투자 실행 등을 포함한다.
일본의 ‘강경한 새 총리’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는 미국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밝히며 대만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중국 공산 정권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7일 일본의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를 만나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향한 합의’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일본이 앞서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중 일부가 에너지 인프라,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제조 분야에서 추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미국은 일본의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의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 승선해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으며 다카이치 총리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24일 국방비를 내년 3월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고 2026년 말까지 일본의 안보전략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연설에서 “우리가 익숙했던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된 국제 질서가, 힘의 균형이,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며 “일본 주변 지역에서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인접국들의 군사 활동과 기타 행동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공산 정권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격성을 강화하면서 일본 영해에 여러 차례 접근하거나 일시적으로 침범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같은 날(28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고위급 교류를 통한 양국 관계 진전을 논의하며 “대만 문제에서 베이징의 입장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전했다.
일본 측이 발표한 통화 내용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간 회담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모테기 외무장관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이란 목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여러 사안을 제기했는데 그중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일본 센카쿠 열도 인근의 군사적 위협, 중국 내 일본산 쇠고기 수입 제한, 중국 내 일본인 대상 폭력 증가 등이 포함됐다.
또한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국가안보 이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일 관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이는 수십 년간의 협력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이고, 지난 80년 동안 함께 대응해 온 것처럼 앞으로의 도전에도 함께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이번 주 한·중·일 정상회담을 포함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월 30일 한국에 도착, 11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진핑이 “다른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국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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