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트럼프–시진핑 회담, 의제는 무엇인가

2025년 10월 28일 오후 4:00
2025년 10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Phlip Fong/AFP via Getty Images2025년 10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Phlip Fong/AFP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CCP) 총서기의 회담을 앞두고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무역 확대와 함께 세계 공급망을 교란시킬 것으로 예상됐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일시 중단하는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무역대표단은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다섯 번째 대면 협상에서 합의의 틀(framework)에 도달했다고 10월 2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국 협상단은 미국 측 입장이 “매우 강경했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슨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모든 요구사항에 중국 측이 사실상 동의했다는 취지의 목록을 제시했다.

베슨트 장관은 10월 26일 NBC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 부과란 위협을 통해 협상에서 매우 강력한 지렛대를 쥐게 해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회담에서 “모든 사안에 대한 합의”를 원한다며 자신이 거론할 사안이 길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아시아 순방 중이다. 10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첫날 일정을 시작으로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을 지켜보고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과 각각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그는 현재 두 번째 방문지인 일본에 머물고 있으며 일왕의 영접을 받은 뒤 새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9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세계 및 경제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연설한 뒤 10월 30일 시진핑과 회담할 예정이다.

희토류 수출

미국의 요구사항 목록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의 신뢰성이다.

베슨트 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그것을 재검토하는 동안 약 1년간 지연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자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동안 이러한 공급망의 다변화를 가속화했으며 연방 기관들이 광산 개발에 투자하도록 했고 최근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와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0일 호주와 핵심 광물 협정을 발표한 후 “지금으로부터 1년쯤 지나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가지게 될 것이어서 그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두(大豆)

이번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지난 2018년 사용했던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수입 보이콧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두 보이콧을 “경제적 적대 행위”로 규정하며, 이번 회담에서 ‘대두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대두협회(ASA)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수출하는 대두의 약 60%를 수입한다. 협회는 올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중국은 대두 수입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돌려 가축 사료용 수요를 충당했지만 미국산 대두의 공백을 완전히 대체할 시장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수입을 활용해 미국 대두 농가를 지원하겠다”며 “중국이 미국 농민을 협상 지렛대로 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4배로 늘리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슨트 장관은 10월 27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의 틀 안에서 미국 대두 농민들은 올해뿐 아니라 향후 몇 년간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중국이 펜타닐 위기 억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행정명령에서 “베이징은 펜타닐 전구체를 생산하는 화학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금세탁 등을 통해 마약 밀매 네트워크를 지원하며, 원하면 이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 부과된 55%의 관세 중 20%는 펜타닐 관련 조치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통해 펜타닐을 미국으로 밀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 구축함 USS 그래블리는 10월 30일까지 베네수엘라 인근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역에서 합동훈련에 참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 관세를 줄이길 원한다면 펜타닐 문제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올해 의회 증언에서 “중국 마약단속 당국과 추가 전구체 화학물질 금지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세 가지 화학물질이 새로 금지 목록에 추가됐고 9월 1일부터 제한이 발효됐다.

러시아 에너지

미 행정부는 중국 당국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압박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축소하는 방안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4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매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매우 가혹하고 강력하다. 그러나 나는 중국이 우리를 좀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논의할 의제 중 하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지금도 매주 약 7000명이 죽고 있다. 그들 대부분 군인들이다. 시진핑 총서기도 전쟁 종식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석유회사를 제재하며 휴전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 석유의 주요 구매국으로 남아있으며 전쟁을 규탄하거나 군사·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

“대만 문제, 입장 변화 없음”

이달 초 베이징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당국자들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베이징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만 대만을 별도 주체로 간주하며 방위조약 관계는 없다는 내용이다.

1979년 제정된 미국의 ‘대만관계법’과 이후의 ‘6개 보장’은 중국의 동의 없이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대만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베이징은 자국의 입장을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 부르며 대만이 중국 공산당 통치 아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중국은 자주 타국에 이 ‘원칙’을 수용하라 압박하며 미국의 ‘정책’을 자국식으로 바꾸려 시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출발 전 “시진핑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나는 중국이 2027년에 대만을 공격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진핑이 군에 그 해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말이다”라며 “공격하지 않길 바라지만 지켜봐야 한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에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앞으로 ‘10년의 번영’을 원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고 반대로 ‘몇 년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콩 민주운동가 ‘지미 라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로 출발하며 “시진핑에게 홍콩 민주운동가 지미 라이의 석방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24일 기자들에게 “내 의제에 올라 있다. 반드시 물어볼 것이다.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홍콩의 대표적 언론인인 지미 라이는 2020년 체포돼 수감 중이다. 그는 이미 폐간된 신문 ‘애플데일리(Apple Daily)’의 창립자이자 전(前) 미디어 재벌로 중국 공산당이 반체제 인사 처벌 근거로 활용한 홍콩의 개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관세와 무역적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최근 협상의 핵심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중국에 대한 여러 관세를 발표했으며 이들 관세의 총합은 세 자릿수(%)에 달했다.

이 관세들은 양국의 협상 진전에 따라 여러 차례 보류 또는 연기돼 왔다.

당초 약 157%의 관세가 11월 10일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제한을 강행할 경우 11월 1일부터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이 관세를 낮추길 원하며 이를 위해 계속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하의 전제 조건은 중국의 양보”라며 특히 무역적자 해소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각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해 왔으며 그 결과 여러 나라가 미국 내 핵심 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하며 ‘무역 균형 맞추기(buy down)’에 동참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기로 했고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산업 분야에 5500억 달러(약 743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1기 말 체결된 ‘1단계’ 미·중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당시 중국은 2017년 대비 미국산 상품·서비스 2000억 달러(약 270조원) 이상 추가 구매와 기술 및 지식재산 절취 방지 개혁을 약속했지만 이행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공식 조사 결과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추가 관세 부과 등의 제재가 따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 권한에 따라 부과한 관세가 전 세계와의 무역협정을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조치의 합헌 여부는 오는 11월 5일 대법원 심리에서 최종 판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심리에 직접 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