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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취업난 속 공무원 인기 지속…5년 새 지원자 2.3배 폭증

2025년 10월 28일 오후 4:46
공무원 시험 | China Photos/Getty Images공무원 시험 | China Photos/Getty Images

민간 일자리 줄자 ‘안정형 직장’ 쏠림 심화
정부, 청년 실업 완화하려 응시 연령 38세로 상향

중국의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이 7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 침체 속 취업난 실태를 드러냈다. 올해(2026년도) 공무원 채용 규모는 7년 만에 처음 줄었지만 지원자 수는 오히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가공무원국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공무원 채용시험에는 총 371만8천 명이 자격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보다 30만 명 이상 늘었다. 반면 선발 인원은 3만8100명으로 전년 대비 1600여 명 줄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채용 규모가 축소됐다. 공식 경쟁률은 약 98 대 1로 발표됐다.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직위는 미얀마 접경지대 윈난성 루이리(瑞麗)시의 국가이민국 루이리 송환센터 여성 경찰장(1급 이하) 자리였다. 단 한 명을 뽑는 이 자리에 7591명이 몰려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채용 기관별로는 중앙기관의 경쟁률이 186 대 1로 가장 높았고, 군급 이하 지방자치단체는 93 대 1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1년에 비하면 2.3배다.

응시생들이 선호하는 직군은 세무 부문에 집중됐다. 세무직 채용 인원은 총 2만5004명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했다.

공무원시험 열풍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민간기업 고용이 줄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안정된 일자리에 구직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무원 쏠림’ 현상이 단순한 구직난의 반영을 넘어 중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와 정부 고용 중심의 불균형을 드러낸다고 본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중국 전문가 프랭크 셰 교수는 “민간 일자리가 줄면서 젊은이들이 의지할 곳은 정부뿐”이라며 “공산당이 체제 안정을 위해 관료조직을 확대하면서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셰 교수는 “청년 실업난 완화에 단기적인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정부 비대화와 재정 부담 심화를 고려하면 구조적 개선이 미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난화(南華)대학 쑨궈샹(孫國祥) 교수는 “연령 완화 등 정책적 요인이 지원자 증가를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민간기업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직의 매력이 더 올라간 것”이라며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감독기관이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은 재정 긴축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중국 정부는 응시 연령 상한을 기존 만 35세에서 38세로, 석·박사 졸업 예정자의 경우 43세로 각각 3년씩 상향했다.

쑨 교수는 세무직 채용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무 부서는 공공재정의 핵심 축으로 구직자 입장에서 안정성이 높은 직군”이라면서도 “이런 집중 현상은 민간 부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셰 교수 역시 “중국의 세무 부문에는 부패와 이권 개입의 소지가 많다”며 “세무 부문의 비대화는 중국 관료 시스템 전반의 고질적 문제를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공무원시험 열풍은 경기 침체 속에서 ‘안정’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안정이 국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체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공무원 조직 확대는 체제 유지를 위한 관료 확대 측면도 있다. 그 대가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증가하고 민간 활력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