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의 “경제 고속 성장” 주장 뒤에 감춰진 급락 신호

중국공산당(중공)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10월 20일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개막했다.
회의는 4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관영매체는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가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 마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의 실질적 초점이 정책 논의가 아니라, 격화되는 당내 권력투쟁과 심화되는 경제위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영매체 “경제 성과 두드러져”
중국공산당의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10월 20일 일련의 논평을 내고, 현재 진행 중인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중국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실과 명백히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중국 금융업계에서 20년간 활동한 자본시장 전문가 쉬전(許震)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4차 5개년 계획 시기는 오히려 경제 붕괴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헝다(恒大)그룹 파산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거품 붕괴는 중국 성장의 주요 엔진 중 하나를 꺼뜨렸다”며 “미·중 무역전쟁과 외부 수요 감소로 수출이 정체됐고,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구매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그룹은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으며, 법원 명령에 따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쉬전은 또 “수출 감소, 소비 부진, 부채 증가가 맞물리며 파산과 실업의 쓰나미가 일어났다”며 “가계, 기업, 지방정부 모두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택, 의료, 교육 등 산업 전반이 마비 상태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사평론가 왕허(王赫)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중공은 큰 좌절을 겪었다”며 “강압적인 방역 봉쇄 정책이 경제를 붕괴시켰고, 2023년에는 소비의 주축이던 중산층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의 전랑(戰狼) 외교가 서방을 등지게 만들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다”며 “현재 중국 경제는 1970년대 개혁·개방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끝으로 “중공이 14차 5개년 계획의 성과를 자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성과 자화자찬’과 달리 통계는 ‘급락 신호’ 뚜렷
베이징의 장밋빛 주장과 달리, 공식 통계는 중국 경제의 하락세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4.8%로 전분기(5.2%)보다 낮아졌으며, 이는 2024년 3분기 이후 최저치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3% 하락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급감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3% 하락하며 3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신화통신은 “중공의 5개년 계획이 고속 성장과 사회 안정을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왕허는 “그런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실제 성장률은 3%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이어진 당의 잘못된 통치로 중국의 잠재력은 이미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차별 범죄, 국민 분노, 배우 위멍룽(于朦胧) 사망 사건에 대한 여론 분출 등은 ‘사회 안정의 기적’이 허상임을 보여준다”며 “중공은 사회적 화산 위에 앉아 있다”고 경고했다.
유명 배우 위멍룽은 지난 9월 11일 베이징에서 의문사했다. 중국 당국은 그가 아파트에서 실수로 추락했다고 발표하며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고, 관련 온라인 토론은 전면 차단됐다.
내부 갈등 격화로 정책 계획 ‘뒷전’
전문가들은 이번 전체회의의 핵심 의제인 새로운 5개년 계획이 실질적인 정책 논의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회의의 초점은 악화되는 중국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에 쏠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의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둔 10월 17일, 중국 국방부는 시진핑 주석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군 고위 인사 9명을 당에서 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당·군 지도부 내 파벌 간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대만 학자 우스즈(吳瑟致)는 같은 날 대만 매체 뉴톡(Newtalk) 기고문에서 “시진핑이 회의에서 ‘조화와 번영’을 연출하며 승리 연설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면의 인사 변동은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치적 권력투쟁과 경제 불안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며, 회의 이후 중국 경제 내부의 침체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해법은 공산당 해체뿐”
신화통신은 “중국의 성공과 번영의 핵심은 공산당”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말이 역설적으로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왕허는 “이번 4중전회에서 실질적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책이 제시되더라도 시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공이야말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진정한 해법은 그 체제를 끝내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쉬전도 “중앙집권적 일당 통치가 혁신과 성장을 질식시켰다”며 “당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자율성과 활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통제하면 경제가 숨 막히고, 통제를 풀면 혼란이 온다”며 “미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국가 총동원’을 외치는 집착이 중국을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쉬전은 “제15차 5개년 계획 시기에는 경제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고 국민의 고통은 커질 것”이라며 “유일한 길은 중국공산당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 통치를 끝내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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