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당국 구두개입에 1420원대 마감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에 장중 1434원까지 상승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와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영향으로 5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1434원까지 올랐다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1420원대 중반으로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 1430.0원에 출발했다. 오전 한때 1434.0원까지 상승한 뒤, 오후 들어 변동성을 보이다 오후 3시 30분 기준 142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약 5개월 반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지연과 미·중 무역전쟁 확대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된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82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05포인트(0.72%) 하락한 3584.55로 장을 마쳤다.
환율이 1430원을 다시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문자 메시지를 통해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재부·한은 공동 구두개입은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해에도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급등했을 당시 두 기관이 공동으로 시장 안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개장 직후 일시적으로 1330원대 거래가 체결됐다가 시스템 오류로 확인돼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편, 주요 통화별 흐름을 보면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49% 내린 98.862를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11원으로 전일 대비 9.47원 상승했으며,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67% 내린 151.822엔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중 무역 긴장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원화 약세를 이끌었지만, 외환당국의 경계성 발언으로 추가 상승세가 일단락됐다”며 “이번 주에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한미 관세협상 진전 여부가 환율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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