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마크롱, 나흘 전 사임한 르코르뉘 총리 재임명…야권 “국민 모욕” 반발 거세

2025년 10월 11일 오전 9:20
다시 총리로 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 AFP/연합 
다시 총리로 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 AFP/연합

총리 사임 불과 4일 만에 복귀…“정국 안정 위한 불가피한 선택”
좌우 야권 “민주주의 모욕” 맹비난…의회 불신임·시위 가능성도 제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나흘 전 사임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를 다시 임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국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야권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르코르뉘를 총리로 재임명하고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배경 설명은 없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리에게 전권(carte blanche)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불과 엿새 전 예산안 협상 결렬과 내각 구성 난항을 이유로 사임했다. 그는 당시 “정당들이 각자 공약만을 밀어붙이고 타협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그를 다시 택한 것은 불안정한 의회 구도 속에서 기존 중도 연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좌우 양극단의 세력을 배제하고 중도 중심의 정치 안정 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르코르뉘 총리는 재임명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X·옛 트위터)에 “의무감에 맡겨진 임무를 수락한다”며 “연말까지 예산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일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위기와 불안정은 프랑스의 이미지에 해롭다”며 “새 정부는 역량 쇄신과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차기 내각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배제하고, 여야를 아우르는 인물들을 폭넓게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르코르뉘가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대신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좌파와 극우 양 진영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권력에 취한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며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녹색당과 공산당도 “변화 없는 재임명은 불신임 사유”라며 반발했고, 극우 국민연합(RN) 역시 “민주주의의 수치”라며 의회 해산을 경고했다.

프랑스 정국은 지난해 조기 총선 이후 좌파 연합, 중도 세력, 극우 국민연합이 3분된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와 개혁 입법이 잇따라 좌초되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재정 건전성 회복이 주권 수호의 핵심 과제”라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야권의 반발과 국민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임명은 단기적으로 정치 공백을 메우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더십 위기와 민주주의 후퇴 논란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 조기 총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