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국 또 격랑…르코르뉘 총리, 취임 한 달 만에 전격 사임

佛 현대사상 최단기 사임…‘무늬만 교체’ 내각에 좌우 모두 반발
프랑스, 잇따른 총리 교체와 정치 분열로 다시 유럽 정치 불안 요인으로 부상
프랑스의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격 사임했다. 엘리제궁은 6일(현지시간) 르코르뉘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AFP와 로이터, BBC 등 주요 외신은 “현대 프랑스 정치사에서 가장 짧은 재임”이라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르코르뉘는 전임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난 뒤 지난달 9일 임명됐다. 그는 총리 임명 27일, 지난 5일 밤 새 내각을 발표한 지 불과 14시간 만에 사퇴했다.
총리를 포함해 새 내각 18명 중 다수가 기존 인사로 채워지면서 ‘무늬만 교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사임 연설에서 “각 정당이 절대다수인 양 타협을 거부했다”며 “정파적 이해에 갇혀 국정이 마비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의회 다수 확보에 실패한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 한계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1986년생인 르코르뉘는 마크롱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중도 성향 정치인으로, 두 차례 행정부 모두를 거친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정국 불안을 돌파하지 못하고 취임 27일 만에 낙마했다. 이로써 그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 2기 들어 다섯 번째 총리가 됐다.
정국 혼란의 핵심은 예산안이다. 르코르뉘는 내년도 정부 지출 60억 유로(약 9조9천억 원) 감축안을 추진했으나 여야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115.6%로 유럽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사임 소식 직후 파리 증시 CAC40 지수는 1.6% 하락하며 6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치 불안과 재정 악화 우려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행정부의 개혁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가운데, 프랑스 경제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야권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국민은 더는 혼란을 견디지 못한다”며 “이제 선거로 갈 때”라고 말했다.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는 “우리는 통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 사임 가능성을 일축하며 새 총리 임명으로 위기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잇따른 총리 교체와 정치적 분열, 재정 악화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프랑스가 다시 유럽 정치의 불안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정치 불안이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될 경우, 유럽연합(EU) 내 정책 공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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