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예상을 뛰어넘은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비결

국가 안보는 전통적으로 세금으로 운영되고 중앙집중적으로 통제되며, 시장 가격과는 별개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시 경제는 이러한 통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 주도의 방위산업이 시장과 유사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높은 품질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방 각국이 재무장의 시대로 서둘러 진입하는 가운데,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현명하게 쓰느냐’에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은 분산형 혁신의 엔진으로 급격히 변모했다.
스타트업들은 차고에서 치명적인 드론을 시제품으로 제작하고, 디지털혁신부는 전장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를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전선의 병사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며, 설계 개선은 몇 달이 아닌 불과 며칠 만에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위 산업이 드론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500개 이상의 기업이 단·장거리 군용 드론을 생산 중이며, 2025년에는 400만 대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산 부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단거리 드론 한 대 가격은 약 400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산 동급 드론은 10만 달러를 웃도는 경우가 많고 성능마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전투 사상자의 절반 가까이가 드론 공격으로 발생하고 있어, 드론은 전장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여전히 국영 대기업과 관료적 조달 기관에 의존하는 명령·통제식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149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647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이지만, 드론전과 전장 적응 속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과거 소련식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단일 구매자(monopsony)’ 모델로 전환한 것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직접 생산자가 아닌 구매자로서 민간 기업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실제 전장에서 입증된 성과에 보상한다.
예컨대 한 시범 프로그램에서는 드론 운용자가 적을 격파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창의적 장비 개선과 자율적 자재 구매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중앙집중식 계획의 관료주의와 간섭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전략적 수요에 맞춰 가격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시장은 이에 즉각 반응한다. 방산 기업들은 국내 수요를 넘어 수출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 동력도 확보하고 있다.
긴급한 전시 수요 속에서 탄생한 기업들이 국제 시장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 독일, 덴마크와 새로운 무기 개발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의 혁신은 미국과 유럽의 원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의 자금 지원이 현지 산업의 출발을 가능하게 했고,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전쟁 저항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 교훈은 국방 분야에서 중요한 것이 단순한 자금 규모가 아니라 ‘공공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연줄을 가진 소수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자본을 분산해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방위 산업만큼은 불안정한 미국 지원에 의존하는 유럽의 재무장을 뒷받침하고,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대체할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61년 고별 연설에서 “우리는 막대한 규모의 상설 군수 산업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심각한 파급 효과를 이해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며 군산복합체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부당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잘못된 권력이 재앙적으로 확대될 위험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덫에 걸려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F-35 전투기 프로그램은 총비용이 2조 1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작전 준비태세와 신뢰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군의 에이브럼스 전차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합동시스템제조센터(Joint Systems Manufacturing Center)’는 취약한 공급망 문제로 신규 생산을 중단하고 개량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들은 각자의 과점 시장을 장악한 채 규제와 로비스트의 보호 아래 경쟁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이들 업체가 의회 로비에 사용한 금액만 1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조달 구조의 복잡성은 인도·태평양이나 중동에서 더 큰 규모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대비 태세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낮은 무기 비축량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역동적인 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두릴(Anduril)과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기업들은 ‘먼저 개발하고 나중에 판매하는(build first and sell later)’ 방식을 통해 가장 견고한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조달 시스템은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지만, 과도한 규제와 엄격한 준수 체계는 혁신 기업보다 기존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마찬가지로 ‘단일 구매자’로서 무기 조달을 주도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달리 미국은 혁신보다 위험 회피, 문서 절차 준수, 정치적 연줄 유지를 보상하는 구조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은 고용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지역 정치 논리에 따라 노후화된 생산 라인이 유지되며, 로비스트들은 기존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 체계를 설계해 신생·소규모 경쟁업체들을 배제한다. 여기에 의원들까지 선거구 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퍼주기식 사업’을 옹호하면서 전략적 필요와 국가 이익보다 정치적 이득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미국의 무기 가격은 경쟁력보다는 불필요한 요구 조건이 반영된 고비용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생산성이 단순히 전시 상황에서 비롯된 ‘절박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절박한 상황이 변화를 빠르게 밀어붙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혁신을 단순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만은 없다. 미국이 시간적 여유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변화를 우크라이나는 필요에 의해 강제적으로 도입했을 뿐이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경고했던 ‘군산복합체’의 병폐—특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회화된 군수 체계—가 미국에서 현실이 된 셈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규제 완화와 전장 경험을 기반으로 방산 생산을 민첩하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장의 요구를 반영해 실험과 피드백, 빠른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은 ‘시장’의 기본 원리를 보여준다. 최종 고객이 국가라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방위 산업은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시장의 역동성을 입증하고 있다.
분산형 생산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공급망과 소규모 기업들이 얽혀 있어 러시아와 그 동맹국이 쉽게 침투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 조달된 부품은 데이터 수집이나 사보타주(파괴, 교란)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격 사례에서도 이러한 취약성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점차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면서 국내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있어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국민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전쟁 비용을 낮추는 것이 과연 우크라이나나 미국 시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은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당장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 생산의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우크라이나는 확실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매년 1조 달러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할 각오라면, 신속한 혁신과 최고 수준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잭 워드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코펜하겐대학교에서 경제학 및 국제관계를 전공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공공정책과 안보의 경제학이며, 미국경제연구소(AIER)에서 인턴 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맨칼 경제교육재단(Mannkal Economic Education Foundation)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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