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풍자’ 금서 분류됐던 ‘숭정전’ 온라인서 판매 재개

같은 저자의 책 ‘망국의 군주’와 얽혀 2023년 판매 금지
“숭정제, 열심히 정치 임할수록 나라 망해”…시진핑 빗댄 것으로 여겨져
중국에서 한때 금서로 분류됐던 ‘숭정전’이 최근 온라인 서점에서 다시 판매되기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의 정식 제목은 ‘숭정: 근면히 정사를 돌본 망국의 군주(崇禎: 勤政的亡國君)'(이하 숭정전)로, 명나라 파국을 맞은 숭정제의 말로를 그렸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을 풍자한 것으로 여겨지며 판매 금지됐는데 이번에 금지가 해제된 것이다. 이를 두고 당국의 출판 규제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재진 확인 결과 16일 중국도서망, 당당닷컴(當當網)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역사학자 고(故) 첸우퉁(陳梧桐)의 ‘숭정전’이 다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책은 2023년 8월 허난문예출판사에서 발간됐으나 한 달 만에 전부 회수되고 판매 금지됐다.
이 책은 소개문에서 숭정제의 삶을 “즉위 직후 환관 위충현을 처단하고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명나라가 멸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당초 이 책은 2016년 발행됐다. 당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2023년 5월 저자인 천우퉁이 사망하고 같은 해 9월 재출간되면서 논란이 됐다. 관계 당국은 “인쇄 문제”를 이유로 긴급 회수했으나, 여론은 “시진핑을 빗댄 내용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숭정제는 성격이 조급해 신하들에게서 성과를 내라고 닦달했고 조금만 거슬려도 쫓아내거나 처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심이 많아 신하들을 믿지 못했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일도 전해진다.
출판사 측은 책 홍보를 위해 ‘근면히 정사를 돌볼수록 나라는 망해갔다’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또한 재정·당쟁·군사·인사 문제 등에서 숭정제가 부지런히 개혁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나라는 멸망으로 치달았다고 강조했다.
책이 나온 2023년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시진핑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집권 후 반부패 등 다양한 개혁을 추진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를 비롯해 경제적 하락과 타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 나라 안팎에서 문제가 돌출되던 일을 겪은 중국인들에게 숭정제에 대한 비판은 시진핑에 대한 일갈로 받아들여졌다.
이 책은 여론과 당국에 의해 ‘시진핑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여지다가 출간 한 달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사라졌다.
당시 미국 국무부 중국 담당 수석고문 마일스 위 박사는 이 책의 출간 금지 조치를 두고 “시진핑의 극도의 불안정성과 편집증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책은 사라졌지만, 중고서점에서 종종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가 46위안(약 9000원)짜리 책이 최고 1천 위안(약 19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당당닷컴에서는 정상가보다 할인된 37위안대(약 7000원)에 다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전문가 란수(藍述)는 “숭정제는 비록 망국의 군주가 됐지만 하늘을 경외했던 황제였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역천(逆天)하는 집단이자 반인륜적인 정권이다. 시진핑을 숭정제에 빗대는 것은 숭정제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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