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실각설 실체’ 다룬 KBS 강연…공영방송 스며든 中 공산당 프레임

‘누가 퍼뜨렸나’에 초점, 국내외 주요 언론의 분석과 대비
방송 자막·영상도 논란… “중국 선전 그대로 옮겨” 비판 제기
미국에서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 수련자 및 관련 단체를 겨냥해 유력 인사·언론을 동원하는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불거졌다.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슈 픽 쌤과 함께’(7일 방송)는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강연을 통해 이른바 시진핑 실각설을 다뤘지만 부정확한 자막, 출처 불명 영상 사용, 핵심 사실 확인 부재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조 교수는 시진핑 실각설 확산의 주체로 개인과 집단을 지목하면서, 개인은 “유튜버”라며 가볍게 웃음거리로 삼아 넘어갔지만 집단에는 강한 방점을 찍었다.
그는 파룬궁, 에포크타임스, NTD가 실각설을 지속적으로 퍼뜨렸다면서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에서 실각설을 다룬 뉴욕포스트는 “황색 언론”으로, 관련 글을 올린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야기꾼”으로 폄하했다.
하지만 시진핑 실각설은 파룬궁이나 에포크타임스와 무관하게 다수의 국내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지난 7월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확산 배경을 △공개석상, 언론 보도에서의 시진핑 부재 △최측근의 실종 △원로의 정치 개입 제도화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 등으로 정리했다. 방송은 실각설을 “서방의 희망 섞인 과잉 해석”으로 보면서도, 권력 이상을 짐작게 하는 징후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일·대만 언론, 실각설 배경 진단…WSJ “대중의 열망 반영”
대만 상보 등은 시진핑 실각설의 배경과 진위를 검증했지만 파룬궁발 가짜뉴스라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일본 TBS ‘보도 1930’은 7월 8일 방송에서 △건강 이상설 △권력 기반 약화 △군부 내 권력 투쟁 등을 종합해 중국 권력 변동 가능성을 타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어판은 7월 30일 자 기사 ‘중난하이의 비밀스러운 소문은 어째서 그리도 떠들썩하게 퍼지는가’에서 실각설을 “터무니없는 추측”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숙청과 경제난이 낳은 불안을 소문 확산의 근본 원인으로 분석했다. WSJ은 “소문의 진위 자체보다 소문이 드러내는 문제”를 강조했다.
WSJ은 시진핑 실각설을 “터무니없는 추측”이라면서도 “시진핑의 끊임없는 숙청으로 인한 사람들의 우려, 중국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등”을 그 배경으로 짚었다. 또한 “소문의 진위보다 이러한 소문들에 의해 드러나는 문제점이 더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경제적 고통과 시스템의 불투명성 등 부조리한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이러한 소문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실각설의 배경과 징후를 검증했을 뿐 특정 집단이 퍼뜨린 가짜뉴스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각국 매체들과 구분되는 조 교수의 독자적 견해는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 2013년 펴낸 책 ‘중국의 꿈’에서 시진핑 리더십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한국의 대중국 정책으로 ‘중국에 대해 교류와 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하는 관여(포용)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후에도 중국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포용적 태도는 조 교수의 인터뷰나 발언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그는 지난 7월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실각설은 한국 사회에 퍼진 혐중 정서를 더 부추긴다”며 경계했다.

시진핑 실각설을 다룬 국내언론 영상들. | 유튜브 화면 캡처.
KBS 사실확인 의무 충실했나…강연자 발언, 반박 제기
방송에서 조 교수는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사이비로 규정했고 리더들을 체포·전향시켰다”고 말했다. 방송 제작진은 자료 화면에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사교로 지정”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조 교수는 방송 내내 사이비 종교라는 용어를 썼지만, 제작진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사교란 표현을 가져왔다.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파룬궁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거나 제공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한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의 입장이다. 사단법인 한국파룬따파불학회(이하 불학회) 관계자는 “중국 헌법에서는 종교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사이비로 지정한 14개 종교 목록에 파룬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학회 측은 또한 방송에 쓰인 파룬궁 수련 영상에 관해 “실제 수련과 동작이 다르다. 중국 당국의 과거 선전 영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출처 확인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방송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드러났다.
파룬궁 창시자에 관해서는 “뉴욕으로 망명”이라고 설명했지만, 불학회는 “1996년 중국 상무부 국장이 출국을 권고했고 창시자는 수련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주 시점은 1998년이며 본격적인 탄압은 1999년 7월 20일 이후이므로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망명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 학자로서의 책임성 측면에서 이번 방송 강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KBS와 조 교수 측에 각각 촉구했다.
실제로, 뉴욕으로 망명했다는 KBS 자막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공신력 있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이 관계자는 “파룬궁은 신도가 5천만 명이라고 주장한다”는 조 교수의 설명에 관해서도 “1998년 중국 국가체육총국 자체 추산 7천만 명이 매일 아침 공원에서 연공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언론 인용 시 이 수치를 근거로 사용해 왔다”고 반박했다.

1998년 중국 광저우의 한 공원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이 단체로 수련하고 있다. | 파룬따파 정보센터
중국 공산당의 해외 반(反)파룬궁 캠페인
파룬궁 탄압은 1990년대 말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돼 온 사안이다. 미국 하원은 2024년 6월 25일 파룬궁 보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탄압의 현재성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조 교수의 강연은 파룬궁을 중국 정부에 시위하는 단체로만 묘사했고, 중국 내 종교의 자유와 공산당 정권의 인권 탄압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내 파룬궁 비판 기사들의 공통 패턴인 인권 침해의 구조적 맥락을 축소·은폐하는 것과 닮아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션윈, 에포크타임스를 겨냥한 연속 보도를 내며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파룬따파정보센터 등은 해당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을 주로 인터뷰하면서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0월 비밀 회의에서 파룬궁 및 관련 언론을 주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외 공세를 펴도록 지시했다. 호주 망명 법학자 위안훙빙은 “시 주석이 이를 엄중한 문제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 교수는 본지 질의에 “방송 관련 질의는 KBS에 문의해 달라. KBS가 방송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KBS 담당자도 그렇게 요청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KBS는 “답변에 시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지는 KBS 측 회신이 오는 대로 보도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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