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산 돼지고기에 최대 62% 관세…무역 갈등 격화

중국이 유럽연합(EU)산 돼지고기에 최대 62.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유럽과의 무역 갈등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브뤼셀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9월 5일 EU산 돼지고기와 부산물이 중국 시장에 덤핑돼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줬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15.6%에서 62.4%에 이르는 잠정 관세가 발효되며, 조사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앞서 중국은 2024년 6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잠정 관세를 부과한 직후 돼지고기 조사를 개시했다. EU는 8개월간의 조사 끝에 중국 전기차가 “불공정 보조금” 혜택을 받아 유럽 제조업체에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중국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한 다음 달인 7월, 프랑스 코냑 등 유럽산 브랜디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무역 갈등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기류 속에서 발생했다. EU의 전기차 관세는 미국이 2024년 5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로 인상한 조치에 뒤이어 단행됐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약속제’를 EU가 받아들이도록 압박했으나 협상은 교착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9월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돼지고기 조사 범위가 신선·냉동육부터 내장 등 각종 부산물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중국에 수출하는 돼지고기의 상당 부분은 돼지 귀, 코, 족발 등 중국 요리에서 선호되는 부산물이지만, 대체 시장이 거의 없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를 “근거가 부족하고 의혹이 많은 조사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행위 대변인은 “유럽 생산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양돈업 단체 ‘이너포크’의 안 리샤르 대표는 이번 발표를 “우려스러운 소식”이라고 평가하며, 유럽 내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경고했다.
이번 결정은 잠정적 조치로, 12월 조사 종료 시점에 다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과거 캐나다산 카놀라 사례처럼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조사를 장기간 연장한 전례가 있다.
중국은 2020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며 EU의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당시 EU의 대중국 돼지고기 수출액은 79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26억 달러로 급감했으며, 이 중 스페인이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단순히 농축산물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의 ‘그린 에너지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10여 년 전 전기차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했으며, 최근 경기 둔화로 내수 수요가 줄자 수출 확대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게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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