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무역적자 급증, 자본재 수입 사상 최고…‘기업 투자 강화’ 시사

2025년 09월 05일 오후 4:48
2025년 8월 7일 미국 볼티모어 항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2025년 8월 7일 미국 볼티모어 항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

미국의 무역적자가 올해 7월 급격히 확대됐다. 자본재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30% 이상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이는 국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기업 투자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상무부는 9월 4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상품 및 서비스 전체 적자가 전월 대비 32.5% 늘어난 783억 달러(약 109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수입은 5.9% 증가해 3588억 달러(약 499조4000억원)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0.3% 소폭 늘어난 2805억 달러(약 390조5000억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상품 적자는 1039억 달러(약 144억6000원)로, 6월보다 21% 확대됐다.

무역적자 축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미국 경제의 재산업화를 추진하는 기조와 함께 강조돼 왔다. 이번 7월 무역적자 수치는 첫 번째 목표 달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제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시사한다.

자본재 수입은 47억 달러(약 6조5000억원) 늘어난 962억 달러(약 133조9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컴퓨터, 통신 장비, 산업용 기계류 유입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공급품과 원자재는 125억 달러(약 17조4000억원)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비(非)통화용 금이 96억 달러(약 13조4000억원)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부문이 생산 능력 확대에 사용되는 도구, 장비, 원자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 문제 전문 컨설팅업체 ‘포토맥 코어(Potomac Core)’의 댄 바로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에포크타임스에 이메일 성명을 통해 “수입 증가 수치는 자본 투자에 대한 기업 수요 확대를 반영한다”며 “올해는 인프라와 기술 분야 모두에서 자본지출(CapEx)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빅 뷰티풀 법(Big Beautiful Law)’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하도록 설계됐다”며 “100% 즉시 비용 처리 조항은 제조업체들에 큰 혜택을 주고 있으며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에는 성장 촉진제가 되고 있다. 이 부문에서 강력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본재 수입은 미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원천으로 꼽히며 자본재와 산업용 원자재 수입의 감소는 생산과 고용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구는 또 무역적자란 표면적 지표만으로는 전체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적자는 강한 투자를 반영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더 높은 투자를 가능하게 하거나 재정 확대에 따른 민간 부문 비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자본재와 산업용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분석국(BEA) 무역 자료는 일부 소비재 항목에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예컨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입은 올해 7월 14억 달러(약 1조9500억원) 줄었지만 같은 달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8.7% 증가해 미국 내 생산업체들이 수요 충족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몇 달간 일부 분석가들은 관세 부과에 앞서 수입을 앞당기는 ‘선(先)적재’ 현상이 수입 강세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지표들은 기업 투자가 강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미 인구조사국의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7월 1.1% 늘어 기업 지출의 핵심 지표가 상승했다.

S&P 글로벌도 낙관적인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이 기관은 8월 미국 제조업 활동이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보고했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으로 올라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에서 “미국 제조업은 올여름 매우 뜨겁게 돌아갔다”며 “지난 3개월간 생산 확장은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강했고, 8월 들어 판매 증가와 함께 회복세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