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정부, 반도체업체 인텔 지분 10% 인수

2025년 08월 23일 오후 6:26
2024년 8월 1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전경. │Justin Sullivan/Getty Images2024년 8월 1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전경. │Justin Sullivan/Getty Images

미국 백악관은 8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지분 10%를 공식적으로 보유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빅 뉴스: 미합중국이 이제 우리의 위대한 IT기업 중 하나인 인텔의 지분 10%를 소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백악관이 이번 주 초 인텔에 칩스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약 11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되 미국 정부가 그 지분을 확보할 것임을 시사한 이후 추진돼 왔다.

발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립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8월 11일 회동에서 이 같은 합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탄은 말레이시아계 중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지금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백악관에 들어왔는데, 결국 미국에 100억 달러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과거 탄 CEO의 중국과의 연관성을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매우 좋아하게 됐다”며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탄에게 “미국이 인텔 지분 10%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파트너로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고, 탄은 이에 동의했다.

인텔은 최근 몇 년간 엔비디아, TSMC 등 많은 업계 경쟁사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루트닉 장관은 “이번 역사적 합의는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며, 이는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텔과 미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거래를 성사시켜 준 인텔 CEO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인텔 주가는 이날 6%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감했고, 이로써 올해 들어 22%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구명줄을 붙잡은 반도체 거인

미국 정부의 지원은 인텔에 절실히 필요한 생명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작년에 거의 40년 만에 처음으로 190억 달러 규모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000억 달러 규모의 이 회사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의 자본 투입을 받으며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 주 초 루트닉 장관은 연방정부가 인텔의 운영을 지시하기 위한 경영 간섭이나 의결권 지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보조금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납세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수익을 얻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루트닉 장관은 8월 19일 CNBC ‘스쿼크 박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텔이 미국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미국산 트랜지스터가 미국 땅에서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바로 그 일을 미국인이 해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및 희토류 산업 분야 기업들과의 민관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 대기업 엔비디아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가 중국에 인공지능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수출 허가를 내주었다. 그 대가로 이들 기업은 매출의 15%를 연방정부에 납부하게 되며, 이는 연간 총 2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방부는 중요 광물 확보와 최대 주주 지위 획득을 위해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즈 주식 4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는 가운데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우)과 JD 밴스 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켜보고 있다.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MP 머티리얼즈 주가는 지난 한 달간 15% 급등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약 320%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정책은 뜻밖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바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의 지지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과 함께 활동하는 샌더스 의원은 성명에서 “마이크로칩 기업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관대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낸다면, 미국 납세자들은 그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수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DHF 캐피털의 에릭 뵈켈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금융 시장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뵈켈은 에포크 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러한 조치들은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여 자본 유입을 가속화하고 해당 분야의 장기적 전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경쟁과 정부 개입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탄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팻 겔싱어의 뒤를 이어 지난 3월 인텔 CEO로 취임했다. 지금까지 탄은 공격적인 전략을 밀어붙인 전임자와는 달리, 효율성을 중시하는 긴축 경영을 추진했다. 미국 내 공장 건설 규모 축소, 30% 인력 감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인텔의 칩 제조 부문인 인텔 파운드리의 TSMC 매각을 거부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