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트럼프, 우편투표 폐지 예고…핵심 쟁점은?

2025년 08월 22일 오후 4:02
2020년 10월 2일, 한 주민이 시카고에 설치된 투표함에 우편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Scott Olson/Getty Images2020년 10월 2일, 한 주민이 시카고에 설치된 투표함에 우편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Scott Olson/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와 전자투표기를 전면 폐지하고 종이투표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우편투표는 부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들이 우편투표를 종료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도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연방 법원에서 강력한 법적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거를 거의 전적으로 우편투표로 치러 온 오리건, 워싱턴, 하와이 등의 주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편투표와 전자투표기 논란

우편투표는 남북전쟁 시기 군인들을 위해 처음 도입됐으며, 지금도 해외 주둔 미군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내 30개 이상 주에서 우편투표가 허용되고 있고, 최소 8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전면적 우편투표제가 시행 중이다. 2024년 오리건과 워싱턴주에서는 전체 투표가 우편을 통해 이뤄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편투표 사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우편투표가 있는 한 선거가 정직할 수 없다”며 “공화당은 선거의 정직성과 공정성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4월 26일 유권자들이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프랭클린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5월 3일 예비선거를 앞두고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그는 전자투표기 역시 “부정확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논란이 크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대신 워터마크가 들어간 종이투표를 제안하며 “비용이 전자투표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개표가 끝나는 시점에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헌법적 권한 논쟁

트럼프 대통령은 주(州)가 단지 “연방정부의 투표 집계 대리인”에 불과하다며,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이런 변화를 추진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한다.

뉴욕대학교 정치학 교수 릭 필디스는 “대통령은 주(州)에 전국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지시할 권한이 없다”며 “이런 변화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각 주 의회에 선거의 시기·장소·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연방 의회가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각 주가 선거인단을 어떻게 선출할지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 의회가 ‘투표권법’ 이나 ‘전국유권자등록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 일부 규제를 도입했지만, 구체적 절차는 주 정부 재량에 맡겨져 왔다.

2025년 8월 8일에 촬영한 미 국회의사당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 교수 마이클 몰리도 “선거는 기본적으로 주법에 의해 관리된다”며 “의회가 우편투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더라도, 상원에서는 60표 이상이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제도 개편 움직임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폐지 시도는 최근 백악관이 연방 선거와 관련해 취한 여러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텍사스 공화당은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해 공화당 의석을 5석 늘리려 했고, 이에 대응해 캘리포니아 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5일 유권자 등록, 선거법 집행, 전자투표기 보안, 투표 마감 시한, 외국의 선거 개입 등과 관련한 선거 규칙을 전면 개편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부정, 오류, 의혹으로부터 선거를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률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연방 판사는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일부 주장을 인정해 행정명령 대부분의 시행을 차단했다. 다만 우편투표 마감 기한을 강화하는 조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선거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는 SAVE 법안의 통과도 추진했으나, 법안은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좌초됐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