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대통령, 선거 앞두고 “러시아가 독립 위협했다” 비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이번 주말(9월 2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질 중대 의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통해 러시아가 자국의 독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인 산두 대통령은 9월 23일 연설에서 러시아가 구소련 국가인 몰도바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경찰이 9월 28일 선거를 앞두고 폭력적 혼란을 조장하려는 음모에 연루된 혐의로 수십 명을 체포한 이후에 나왔다.
몰도바 경찰은 앞서 9월 22일 전국적으로 실시한 일련의 급습 작전 이후 체포된 74명 중 일부가 세르비아로 건너가 러시아인 교관에게서 총기 사용을 포함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국가인 몰도바를 향한 대국민 연설에서 산두 대통령은 크렘린이 폭력을 선동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수억 유로를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두 대통령은 “크렘린은 우리가 모두 매수될 수 있다고, 우리가 저항하기엔 너무 작다고, 우리가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단순한 영토일 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몰도바는 우리의 집이며, 우리의 집은 팔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십 가지 거짓말’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산두 대통령은 또한 “사람들은 매일 수십 가지 거짓말에 중독돼 있다. 수백 명이 혼란과 폭력을 일으켜 세상을 두렵게 만들기 위해 돈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국민께 호소한다. 우리 나라가 외국 세력에 넘어가도록 두지 말자.”
러시아는 이러한 개입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으며, 몰도바 내 친러 정당들은 2020년부터 대통령을 맡아온 산두가 거짓 주장을 통해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에 접한 내륙 국가다.
약 250만 명의 인구는 몰도바인과 루마니아인, 러시아인을 비롯한 여러 민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식 언어는 루마니아어를 사용한다.
이 나라는 1989년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을 선언했지만 상당한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존재하며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25년 7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촬영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Mikhail Metzel/AFP via Getty Images
EU 가입을 향한 길
러시아는 1990년대 초 단기간의 전쟁 후 몰도바에서 사실상 분리된 러시아어권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산두 대통령은 연설에서 몰도바 국민들에게 9월 28일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행동과 연대당(Party of Action and Solidarity, PAS)’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러 성향 후보들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돼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이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몰도바 국민들은 별도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산두를 재선에 성공시키는 동시에 자국의 EU 가입 경로를 지지하는 데 근소한 차이로 찬성표를 던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동구권 국가들의 EU 가입 확대에 반대하면서 두 차례의 투표 모두 러시아 개입 의혹에 가려졌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는 개입을 부인했다.
산두 대통령이 창당한 PAS는 ‘부패 척결과 민주주의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서방과 러시아 모두와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당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격화된 이후 몰도바 내 친서방 세력과 친러 세력 간의 대립은 점차 심화됐다.
몰도바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EU 가입을 신청했으며 브뤼셀은 지난해 가입 협상 개시를 승인했다.
몰도바 반부패국은 9월 22일 대규모 체포 작전 이후 러시아와 암호화폐를 통해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 정당의 자금 조달을 수사하며 9월 23일 하루 동안 30건이 넘는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1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21일 프랑스 파리의 장관급 회의 센터에서 열린 제3차 몰도바 지원 플랫폼(Moldova Support Platform) 장관급 회의에서 연설하는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 Yoan Valat/Reuters
러시아의 대응
러시아 대외정보국은 9월 23일 성명을 통해 유럽 정치인들이 몰도바가 자신들의 ‘반러 정책(Russophobic policies)’을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그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실행하려 한다”며 유럽 당국자들이 다가오는 몰도바 의회 선거에서 투표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러시아 측 성명은 이어 “EU와 몰도바에서 준비 중인 노골적인 선거 조작에 절박해진 몰도바 시민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설까 봐 유럽 관리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럴 경우 산두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군대가 ‘유로 민주주의’라는 깃발 아래 몰도바인들을 독재에 굴복시키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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