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中 ‘톈안먼 유혈 탄압’ 참고해 시위대 강경 진압”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 | AP/연합 런던 소재 이란 매체 이란와이어, 전 이란 고위 당국자 인용 보도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이 강경 진압 설계…포스트 하메네이 구상”
이란 정권이 지난 1월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거 중국 공산당의 ‘톈안먼 사태’ 대응 방식을 차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위는 잔혹하게 억압하되, 향후 경제·문화적 자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중국식 개혁’을 통해 체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독립 매체 이란와이어는 18일(현지 시각), 이란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국가최고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가 이번 유혈 진압의 핵심 설계자라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이란 현지 시민기자들을 통해 현장 소식을 빠르게 전해왔으며,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유력 종교 지도자 가문 출신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르면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의 무력 진압이 장기적 체제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란 사회 전반을 향한 강력한 ‘경고 효과’를 목적으로 이번 유혈 진압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톈안먼 사태가 촉발되기 직전인 1989년 4월,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실권자 덩샤오핑은 한 연설에서 “20만 명이 죽는다 해도 20년의 안정을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덩샤오핑은 당시 해당 발언에 앞서 “우리에게는 아직 300만 군대가 있다”며 공산당의 권력은 인민이 아닌 인민해방군의 무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개혁가로 알려져 있으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이론을 실천한, 철저한 공산당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다.
이란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하고 원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군사 기술과 자본을 지원받아 왔다. 그러나 라리자니가 ‘톈안먼 모델’을 수입하면서 이제는 정치 체제까지 따라가는 모양새다.
유혈 진압으로 체제 수호…라리자니 야심은 차기 지도자 낙점?
라리자니의 이러한 구상은 차기 지도자로서의 야심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력한 가문 출신인 그는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이슬람 성직자 인맥을 결집해 차기 지도 체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후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전직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그동안 하메네이는 라리자니의 이란 대통령 출마를 제한하는 등 거리를 둬왔으나, 최근 강경 보수파에 대한 이란 내 민심이 악화되자 라리자니의 ‘체제 재정비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톈안먼 사태 이후 촉발된 중국 공산당 권력 구도 재편과도 유사하다.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시위대 무력 진압 방침을 지지했고, 이를 계기로 차기 지도자로 낙점됐다. 반면 시위대를 향해 “중국의 미래”라며 동정적 태도를 보였던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오쯔양은 실각했다.
전직 당국자는 라리자니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대중적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체제 수호에 대한 ‘결단력’을 입증하면 최고지도자 사후 권력 재편 국면에서 결정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다만 라리자니는 직접 탄압 설계자로 나섰다는 차이가 있다.

1989년 6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이 톈안먼 광장으로 통하는 장안대로를 통제하고 있다. 이틀 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진압한 후의 모습이다. | AFP/연합뉴스
이란 시위대 진압에서 드러난 ‘중국 공산당식 통치 모델’의 확산
이란 정권이 참고한 중국식 모델은 단순한 유혈 진압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라리자니 구상의 핵심은 ‘통제 강화와 제한적 개방’의 병행이다. 시위대에 대해서는 가혹한 억압을 지속하되,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는 일부 자유를 허용해 민심을 달래는 방식이다.
통제 강화는 다시 ‘공포 확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방식과 ‘검열과 선전’을 축으로 한 디지털 방식으로 나뉜다. 두 분야 모두 중국 공산당이 지난 수십 년간 ‘체제 유지 노하우’를 축적한 분야다.
전통적 방식의 경우, 이란 보안 당국은 특히 시위 진압 이후의 ‘사후 관리’에 주목해 왔다. 물리적 진압에 그치지 않고, 정보 통제와 여론 관리, 공포 분위기 지속을 통해 반체제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위축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사실상 재현 불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한 경험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통제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간접적 연계가 거론된다. 통신 감시, 인터넷 접속 차단, 소셜미디어 검열, 온라인 여론 분석 등의 영역에서 중국산 장비와 기술, 운영 노하우가 이란에 유입됐다는 외신과 인권단체의 보고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란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신호를 교란하는 가운데, 이와는 별개로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은 중국 국영 기업이 스타링크 교란 장치를 개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란은 가자지구 사태 이후 악화된 미국과 이스라엘 간 균열을 노린 여론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해외 인플루언서를 포섭하고, 반정부 시위를 외세의 공작으로 몰아가는 선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식통은 “라리자니 구상의 성패가 향후 야권의 대응과 이란을 둘러싼 미국·이스라엘의 정책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이슬람공화국의 장기적 생존 전략 가운데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인물은 라리자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라리자니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국가최고안보회의는 최고지도자의 감독하에 이란의 안보·국방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입법·사법·군 수뇌부와 주요 장관, 최고지도자 측 대표 등이 참여한다. 사무총장은 실무 운영과 정책 조정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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