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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加 총리의 다보스·베이징 연설, 하나의 외교 전략으로 읽어야

2026년 01월 21일 오후 4:02
202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 The Canadian Press/Sean Kilpatrick202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 The Canadian Press/Sean Kilpatrick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다보스 연설은 세련되고 야심적이며 유창했지만, 그가 지난주 중국에서 했던 다가올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긍정적 언급과 연결해서 봐야 한다. 이 말은 중립적이지 않다. 특히 중국공산당이 사용할 때에는 오래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이 표현을 자유주의적 규범을 약화시키고 위계질서, 시장 통제,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자주 사용해 왔다.

캐나다 총리가 간접적으로라도 그러한 용어를 되풀이할 때, 그것은 캐나다가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원칙들을 거부하는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다보스 연설은 냉철한 현실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오히려 민주적 가치를 캐나다에 불리한 ‘새 질서’와 절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카니의 진단 자체는 옳다. 마찰 없는 세계화라는 냉전 후의 환상은 끝났다. 국력이 다시 중요해졌다. 지리가 다시 중요해졌다.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국방 능력, 산업 역량이 주권의 기반으로 돌아왔다. 이 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합의가 있다. 의견이 갈라지는 것은 해법에서 시작된다.

카니는 캐나다를 연맹 구축, 유연한 연대, 가치 기반 현실주의에 미래가 달린 중견국으로 규정한다. 이론적으로는 실용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치 운운하는 추상론이 될 위험성이 있다. 현실주의를 표방하지만, 그 현실에 내포된 어려운 문제는 회피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거대 국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하는 국가로 스스로를 재정의할 필요가 없다. 우리(캐나다)는 G7 경제국이자 북극 국가이며 에너지 강국이고 NATO 창설 회원국이며 미국의 가장 긴밀한 경제∙안보 파트너다. 진지한 전략 독트린이라면 이 현실에서 출발해야지 이를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카니는 각국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거짓 속에서 살기를 멈추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스스로는 그렇게 하기를 주저한다. 강대국의 강압을 일반적 용어로 언급하면서도 적대국, 경쟁국, 동맹국 간의 명확한 구분은 피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미국의 힘을 기반으로 삼기보다는 경계하고 방어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이면의 흐름이다. 이는 패권국, 거래주의, 기존 권력 중심지에 대한 대안 구축 필요성에 대한 반복적 언급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도발적이고 때로는 불안한 발언들을 고려할 때 그렇다. 그러한 발언은 당연히 동맹국과 시장을 모두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시적 수사와 구조적 현실을 혼동하는 것은 잘못이다. 캐나다-미국 관계는 특정 행정부의 분위기에 맞춰 조정되는 전술적 관계가 아니다. 지리, 통합 국방, 대륙 공급망, 그리고 어느 한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래 지속될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뿌리를 둔 유구한 파트너십이다.

캐나다의 번영과 안보는 우연히 얻어진 역사적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근접성, 국방 통합, 에너지 교역,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수십 년간의 협력의 산물이다. 다변화는 합리적이다. 전략적 거리두기는 그렇지 않다. 중견국은 주요 동맹국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 영향력을 얻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신뢰할 수 있고 유능하며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됨으로써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카니는 또한 동맹과 연합 간의 중요한 구분을 흐린다. 동맹은 신뢰, 위험 공유, 장기적 헌신 위에 구축된다. 연합은 거래적이고 이슈별로 형성된다. 둘 다 존재 이유가 있지만 상호 대체가 가능하지 않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견고한 안보 동맹이 임시적이고 취약한 연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또한, 야심과 실행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카니는 광범위한 국내에서의 성과와 공약을 언급했다. 주 간(州間) 무역 장벽 철폐, 주요 투자의 신속한 승인, 국방비 2배 증액, 대규모 산업 재건 등이다. 이들은 훌륭한 목표지만 대부분 목표에 불과하다. 캐나다는 여전히 규제로 인한 지연, 인프라 병목, 조달 실패, 자본을 신속하게 생산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무능력으로 고전하고 있다. 힘이 있다고 선언하면 그것이 곧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카니의 연설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 중 하나는 캐나다가 가치의 힘뿐만 아니라 힘의 가치에도 의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힘은 해외에서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규율 있는 재정, 신뢰할 수 있는 국방 조달, 안정적인 에너지 개발, 더 빠른 프로젝트 승인, 생산적 산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구축되는 것이다.

카니는 캐나다 국민들에게 편안한 허구를 버리라고 촉구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캐나다가 버려야 할 ‘허구’는 동맹이나 공유된 규범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버려야 할 허구는 웅변이 영향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 절차가 힘을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 동맹국과의 전략적 거리두기가 주권을 강화한다는 믿음이다.

캐나다는 강대국 사이에서 제3의 길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미국과의 동맹에 기반하고 국내에서 힘을 키우는 고된 작업을 통해 자신의 길을 자신 있게 걸어가야 한다.

가혹한 세계에서는 연출보다 명확성이 더 중요하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