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파나마운하 놓고 유엔 안보리서 충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12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충돌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행은 베이징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푸총(傅聰) 주유엔 중국대사는 중국의 항만 영향력이 운하의 중립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이번 충돌은 해양 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벌어졌다. 회의 의장인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운하의 중립성과 파나마의 소유권을 강조했다.
푸총 대사는 파나마가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운하를 관리해 왔다”며 베이징은 “항상 운하의 영구적 중립성을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셰이 대사 대행은 중국 정권이 “파나마운하 지역, 특히 핵심 인프라와 항만 운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러한 영향력이 “파나마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과 안보에도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운하 소유권 측면에서의 파나마 주권과 운하 운영을 규율하는 다자 조약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운하의 중립성이 “어떠한 특정 위협이나 전 세계적 위협에 대해서도 유일하고 최선의 방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04년부터 1914년까지 파나마운하를 건설했으며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과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군사 지도자가 서명한 조약에 따라 1999년까지 운하 지역을 통제하다 그해 파나마에 관할권을 이양했다.
파나마운하 통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는 운하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 선박에 대한 이용료 과다 청구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이 운하를 다시 장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 기업이 파나마운하 양단의 항만 시설을 통제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경고하며 중국 정권이 “분쟁 시점에 상업 활동을 방해하는 병목지점으로 운하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부터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과 스위스 소재 지중해 해운(MSC)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홍콩계 CK허치슨으로부터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를 인수하려 하고 있다. 이 거래는 중국 정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거래 발표 이후 중국 정부와 연계된 언론들은 CK허치슨과 그 창업자인 97세 억만장자 리카싱(李嘉誠)을 겨냥한 조직적인 선전전을 벌였다.
CK허치슨은 지난 7월 “중국 본토의 주요 전략적 투자자를 인수자 그룹에 추가해 해당 거래가 모든 관련 규제기관과 부서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물리노 대통령은 앞서 7월 파나마가 운하 양단의 두 항만을 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해 미국 컨소시엄의 항만 인수 계획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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