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이사 쿠글러 사임 표명…트럼프, FOMC에 ‘새 인물’ 지명 기회

금리 인하에 신중한 ‘매파’ 분류, 임기 남겨두고 “교수직 복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인 아드리아나 쿠글러가 오는 8일(현지시간) 사임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공석이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인사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연준은 1일 성명을 통해 쿠글러 이사가 조기 사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별도의 사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가을 학기에 맞춰 조지타운대학교 교수직으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글러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23년 9월 연준 이사회에 합류했다. 임기는 2026년 1월까지였으며, 당시 라엘 브레이너드 전 이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방식으로 입성했다. 그는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FOMC에서 영구적인 투표권을 가진 위원으로서 금리 결정에 직접 참여해 왔다.
쿠글러는 사임 서한에서 “연준 이사회에서 봉직한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물가 안정을 이루는 동시에 탄탄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연준의 이중 책무를 수행하는 중요한 시기에 일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임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 수준으로 동결한 직후 발표됐다. 금리 동결 결정은 이례적인 비율로 찬반이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보우먼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쿠글러는 이번 FOMC 회의에는 불참했으나, 최근까지는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쿠글러는 지난 7월 중순 워싱턴 주택정책 심포지엄에서 “최근 도입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고용이 여전히 안정적이고 실업률도 낮으며, 물가는 2% 목표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긴축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물가 기대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보우먼과 월러는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 지연이 오히려 더 큰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고용은 변화가 시작되면 매우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관세의 영향을 기다리다간 연준이 대응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우먼 역시 “조치를 늦추면 노동시장 악화와 경기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의 신중한 행보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너무 늦었다”며 비판했으며, 보우먼과 월러의 금리 인하 주장에 찬사를 보내며 FOMC 내 다른 위원들도 이 같은 입장을 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쿠글러는 연준 입성 전 세계은행미국 상임이사로 재직했으며,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공공정책 및 경제학 교수로 활동했다. 또한 미국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탠퍼드대, 국가과학원 자문위원 등 다양한 연구 및 자문 역할을 맡아왔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와 미국 UC버클리에서 각각 학위를 받았다.
FOMC는 1913년 연방준비법에 따라 설치됐으며,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현재 위원은 연준 이사 7명, 뉴욕 연준 총재 1명, 지역 연준은행 총재 4명(순환제)으로 구성되며, 이들 중 의장은 연준 의장(현재 제롬 파월)이 겸임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너무 빠른 금리 인하는 물가 안정 목표를 해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쿠글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전문성과 학문적 통찰은 연준 이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준은 지난 7월 29~3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8월 1일 발표된 고용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선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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