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호주산 희토류 첫 수입, G7은 핵심광물 생산 동맹…공급망 脫중국 박차
라이나스가 배포한 자료에 실린 이 회사의 서호주 칼굴리 희토류 가공 시설 전경을 촬영한 사진. 2024.11. 14 | AFP/연합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에 미국-호주와 손잡고 돌파구 마련
주요 7개국도 지난 30일 ‘핵심광물 생산 동맹’ 협정 출범
일본이 호주로부터 중(重)희토류를 처음으로 수입했다.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종합상사인 소지츠(雙日·Sojitz)그룹은 지난 10월 30일 호주 라이너스(Lynas)사가 서호주 웨얼드산에서 채굴한 광석을 정제해 생산한 중희토류를 일본으로 들여왔다. 일본이 호주산 중희토류를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광석은 호주에서 채굴된 뒤 말레이시아 쿠안탄에 있는 라이너스 분리공장으로 운송돼,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고온 내성을 높이는 중희토류 원소로 가공된 후 일본으로 수출됐다. 두 원소는 고성능 네오디뮴 자석의 내열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EV) 구동 모터와 풍력발전기 터빈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필수 부품에 쓰인다.
소지츠 그룹이 희토류 수입 준비에 착수한 것은 2023년부터다. 일본 정부 산하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합작기업을 세우고, 라이너스에 약 2억 호주달러(약 1870억 원)를 공동 투자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 계약을 통해 라이너스가 생산하는 중희토류 제품 가운데 약 65%에 해당하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조달을 계기로 전체 중희토류 수요의 약 30%를 호주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희토류는 지각 내에 폭넓게 존재하지만 농도가 낮아 추출이 까다롭고, 제련 과정에서 대량의 폐수와 방사성 오염이 발생한다. 구성 원소의 특성에 따라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뉘며, 경희토류보다 매장량이 적고 응용 분야가 제한적인 중희토류는 희소성과 가치가 더 높다.
일본이 중희토류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의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이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핵심 부품 조달이 마비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다만 공급원 다변화 전략에는 비용과 복잡성이 따른다. 원료는 호주나 미국에서 채굴하고, 정제·가공은 동남아시아에서 진행한 뒤 일본으로 운송하는 다단계 구조를 거쳐야 한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제안보의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中 공산당, 지정학적 목표 위해 희토류 무기화
중국 공산당은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무기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은 디스프로슘, 테르븀,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의 중희토류 관련 물질에 대해 수출 통제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달 9일에는 초경 합금, 일부 희토류 가공 설비, 리튬배터리와 인조흑연 음극재 등을 추가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새 규정은 오는 11월 8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물품 수출 제한을 넘어 기술이전, 해외투자, 특허 라이선스 등 모든 형태의 정보 제공 행위까지 통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사실상 희토류 전반을 포괄하는 ‘전면 통제 체제’로, 중국 공산당이 희토류를 지정학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주요국들이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핵심광물 동맹’ 잇따라 출범
중국의 통제 강화 이후 일본뿐 아니라 주요 7개국(G7) 등 산업국가들이 핵심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G7 에너지 장관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핵심광물 생산 동맹’ 협정을 체결하고, 리튬·희토류 등 전략광물의 생산 공정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조치다.
앞서 7월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핵심광물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이 협의체는 채굴부터 정제·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공급망 다변화에 한계…국제 협력 시급
한국 정부도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의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차전지 음극재 핵심소재인 천연흑연의 97%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등 공급망 쏠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발표한 ‘핵심광물 안보 전략’에 따라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33개 자원을 국가 전략광물로 지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광물안보협의체’를 구성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자원 확보, 국내 재활용 확대, 우방국 협력 강화를 3대 축으로 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체 정제 기술 역량을 높이는 한편 미국·호주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망을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번 일본의 호주산 중희토류 수입은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이 가격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중국 중심 체제에서 경제 안보를 중시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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