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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D-2…재계 총수들 美 집결, ‘경제 외교’ 총력전

2025년 07월 30일 오후 6:09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부터) |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삼성·현대차·한화, 현지 네트워크 총동원
이재용·정의선·김동관 등 잇따라 방미…미국과 투자·협력 강조

한미 양국이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협상 마감을 이틀 앞둔 가운데, 한국 재계의 주요 총수들이 미국 현지를 찾아 경제 외교전에 나섰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수장들이 직접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미 간 통상 협상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방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이들의 방미가 “정부 요청이 아닌 자발적 결정”임을 강조하며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사안인 만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 협상에 간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공급 계약과 현지 투자 계획을 통해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데 이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1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22조8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내년부터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 차세대 AI칩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포함해 공화당 고위층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정 회장은 이미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협상 막판까지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관 부회장도 미국 현지에 유일한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을 통해 조선 산업 협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구체화 과정에서 조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반도체 품목도 협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삼성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지난주부터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민간 채널을 통한 협상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 역시 아버지 김승연 회장 시절부터 이어온 공화당 인맥을 활용해 루비오 국무장관, 헤그세스 국방장관,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미국 현지 행보는 투자·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약 6조 원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셀트리온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전에서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산업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동시에 미국에 간 일은 거의 없었다”며 이는 한미 협상의 중대성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