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업계 ‘내부 전쟁’에 허덕…“車는 팔리는데 돈은 안 돼”

18개 업체 연간 3천만대 팔아도 수익은 日 도요타 한 곳에 못 미쳐
전기차는 각국 규제에 수출 막히고 국내에서는 극한의 내수 경쟁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임을 자랑하는 가운데,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의 실상이 “차는 많이 팔지만 돈은 못 버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전직 고위 관료이자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업계가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소리만 요란하고 실익은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5 베이커 재경 연차회의’에 참석한 황치판(黃奇帆) 전 충칭시장은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대비 이익률이 5%에 불과하며, 3천만 대를 팔아도 도요타의 900만 대보다 못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황 전 시장은 현재 중국 국가혁신발전전략연구회 학술위원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48조367억 엔(약 480조원), 영업이익은 10.4% 감소한 4조7955억 엔(약 47조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5회계연도 실적 전망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을 고려해 순이익이 3조1천억 엔으로 34.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업계와 비교하면 훨씬 나은 실적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디어오토(DearAuto)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상장 승용차 업체 18개 중 흑자를 기록한 13개 기업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1226억 위안(약 23조원)에 그쳤다. 적자 기업 5곳을 추가하면 중국 업계 순익은 도요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차량 한 대당 이익에서도 격차는 확연하다. 도요타는 올해 전 세계 104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당 평균 순이익은 약 430만 원이다. 반면 중국 자동차 대표 기업인 비야디(BYD)는 대당 약 180만 원 수준이다.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 ‘민영경제연구회’ 부회장인 경제학자 런쩌핑(任澤平)은 “중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 경쟁에 극심하게 갇힌 상태로, 겉보기에는 세계 생산 1위, 수출 1위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는 ‘소리만 요란하고 돈은 안 되는 구조(只賺吆喝不賺錢)’”라고 꼬집었다.
2023년 기준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3016만 대, 판매량 3009만 대, 수출 522만 대로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을 제치고 수출량에서도 정상을 차지했지만, 수익 면에서는 여전히 일본 업체에 못 미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 18개 상장차 업체의 순이익 총합은 488억 위안(약 9조4천억원)에 머문 반면, 도요타는 같은 기간 24조700억 원, 폭스바겐 15조 2600억원, GM은 8조900억 원에 달했다.
‘미래 먹거리’ 전기차 산업도 전망 불투명해져
‘신에너지차(NEV)’ 시장을 이끄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실적은 심각하다. 이상적 모델로 주목받았던 리샹(理想·Li Auto)의 경우, 2023년 한 대당 순이익이 3만 위안(576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엔 9천 위안(172만원)으로 급락했다. 비야디도 1만 위안에서 0.98만 위안으로 줄었고 상하이자동차·창안자동차·북경자동차·광저우자동차 등은 대당 이익이 2천~3천 위안 수준에 머무른다. 신생 전기차 업체 중에는 적자 판매를 이어가고 곳도 있다.
중국 남방과기대 류커(劉科) 석좌교수는 “2023년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약 3800만 대로 전 세계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전체 설비 가동률은 60%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전기차 기업만 100개가 넘는데 대부분 적자 상태이며, 산업 전체 이익률은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보조금과 값싼 토지를 미끼로 공장을 무분별하게 지어댔지만, 주문이 따라주지 않아 창고마다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내부 출혈 경쟁에 이익은 사라지고, 소규모 브랜드는 파산하거나 직원이 해고되는 사례가 속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3년에만 최소 5~6개 자동차 업체가 도산했으며, 부품사들이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연쇄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세계 각국의 견제와 수입 규제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2024년 7월부터 BYD, 지리(吉利), 상하이차 등 주요 업체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도 안보 위협과 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 전기차에 100%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저가 차량에 대한 인증 강화, 보조금 배제, 세금 우대 제외 등의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품질 논란까지 더해지며, 중국산 전기차 전반에 대한 국제 시장의 신뢰도도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사회문제 전문가 샤이판(夏一凡)은 에포크타임스에 “전기차 산업은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축소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력과 관리 수준은 낮고, 대량생산만 강조하다 보니 품질은 떨어지고 수익은 안 난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저수익 구조로, 장기적으로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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