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호주 총리, 中 사형수 양헝쥔 옹호 약속…‘박해받는 종교단체’엔 침묵

2025년 07월 10일 오후 7:57
2014년 7월 중순 중국 티베트의 불특정 장소에서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 외교관 출신 작가 양헝쥔(楊恒均)이 명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 이미지를 통해 로이터가 입수했다. ⎟ Reuters2014년 7월 중순 중국 티베트의 불특정 장소에서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 외교관 출신 작가 양헝쥔(楊恒均)이 명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 이미지를 통해 로이터가 입수했다. ⎟ Reuters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가 중국에 억류 중인 호주 시민 양헝쥔(楊恒均)을 옹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그의 두 번째 중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9일 에포크타임스에 “총리가 밝혔듯 우리는 양 박사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7월 12일부터 상하이, 베이징, 청두를 순방하는 일주일간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역 관계 강화와 디지털 경제,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증진에 있다.

양헝쥔(본명 楊軍)은 ‘민주주의 지지’ 성향 작가로 1999년 호주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2019년 드물게 중국을 방문했다가 중국 공산당에 체포됐으며 이후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양 씨는 해당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24년 2월 양헝쥔에게 2년 유예 조건의 사형 판결을 내렸다. 이는 유예기간 동안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수 있는 판결이다.

한편 양헝쥔은 비밀 구금 시설에서 고문을 당하고 강제 자백을 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신장 낭종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망 위험이 있다는 지지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화적 접근’ 비판

알바니지 정부는 양헝쥔 문제를 여러 차례 중국 당국에 제기해 왔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올해 2월 양헝쥔의 사형 판결 1주년을 맞아 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너무 온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헝쥔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펑총이(馮崇義) 시드니공과대학 중국학 부교수는 호주 정부가 무역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탄, 철광석, 희토류 수출 중단이나 상호관세 부과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호주 뉴스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화적 접근을 취해 왔지만 6년이 넘도록 효과는 없었다”며 “호주가 인권을 중시하고 자국민의 생명을 우선시한다면 상호 대응 전략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룬궁 관련 인권 문제엔 침묵

알바니지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중국 내 파룬궁(法輪功) 수련자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호주 시민의 가족이다.

파룬궁은 불교 전통에 뿌리를 둔 평화로운 명상 수련법으로, 해외에는 파룬따파(法輪大法)로도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서는 1999년 불법적으로 금지됐다. 이후 수백만 명의 수련자들이 자의적인 구금, 고문, 사망, 심지어 강제 장기 적출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호주 시민 천샤오는 2020년 이후 중국에 구금된 어머니 탄쩌전의 석방을 위해 총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녀는 구금 기간 동안 어머니가 강제노동과 의학 실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천샤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머니 안전이 너무 걱정된다. 수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이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파룬따파학회 루시 자오 회장은 미국 의회가 최근 ‘파룬궁 보호법’(H.R. 1540)과 ‘강제 장기적출 금지법’(H.R. 1503)을 통과시킨 점을 언급하며 호주 정부도 기본적인 인권 수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오 회장은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길 바라는 호주 가족들이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신념 때문에 감금되고, 고문당하고, 목숨까지 잃고 있다. 무역이란 명분으로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알바니지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들처럼 중국 공산당의 해외 탄압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G7 정상들은 지난 6월 17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해외 탄압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해외 탄압을 “공격적인 형태의 외국 간섭”으로 규정하며 “반체제 인사, 언론인, 인권운동가, 종교 소수자, 디아스포라 공동체로 분류된 이들에게 빈번히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오 회장은 “중국 공산당은 세계 최대의 해외 탄압 주체다. 여기 호주에서도 파룬궁 공동체가 그 직접적인 표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총리실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의 파룬궁 관련 질의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