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중국공산당 개입’ 경고하면 인종차별” 주장은 중국공산당 노림수

2025년 07월 10일 오후 7:28
2021년 10월 19일 호주 멜버른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William West/AFP via Getty Images/연합2021년 10월 19일 호주 멜버른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William West/AFP via Getty Images/연합

해외에서의 중국공산당(CCP)의 공작에 대한 우려가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에 의해 너무나 쉽게 방해를 받아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공산당의 노림수라고 한 전문가가 경고했다.

전략분석 호주(Strategic Analysis Australia) 소장이자 전직 정보요원인 마이클 슈브리지는 5월 선거 이후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공산당 지도부와의 네 번째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경고이다.

그는 “베이징이 ‘마법의 무기’인 통일전선공작부(UFWD)와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세계 각지의 화교 단체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5월 선거 총기간 중 정치적 논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유당 제인 흄 상원의원이 TV 프로그램에서 “중국 스파이들”이 노동당 클레어 오닐 주택부 장관을 위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의 일이다.

흄의 발언은 틸(Teal) 소속 모니크 라이언 의원을 위해 자원봉사한 중국인 2명이 실제로는 베이징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된 단체의 사주를 받아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해외 침투, 특히 화교 사회 침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노동당 소속 페니 웡 외무장관은 흄의 발언을 신속하게 활용했다. 웡 장관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당이 중국계 호주인들의 충성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반면 자유당은 베이징이 노동당 집권을 선호할 것이라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선거 운동을 해왔다.

베이징의 손아귀에 놀아나기

슈브리지는 정당들이 중국공산당의 호주 정치 간섭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때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의 120만 중국계 호주인 인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심지어 ‘중국을 반대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간섭하고 이를 손상시키는 중국 정부와 그 조종을 받는 조직들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방 전문가는 또한 호주 정당들이 외국 간섭에 대한 우려를 무기화함으로써 중국공산당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정책 영역에서 중국 정부에 명확히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호주 정치인들은 중국공산당 선전가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된다. 중국 정부의 외국에 대한 간섭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든 120만 (중국계) 호주인에 대해 어떻게든 편견을 가진 것으로 그들이 주장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간섭 활동이라는 실질적인 안보 문제가 ‘인종차별’ 논란이나 ‘사회 갈등’ 프레임으로 왜곡되어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호주 화교 사회는 출신과 호주에 대한 충성심의 정도가 다양하다.”

한편 스윈번 기술대학교의 존 피츠제럴드 명예교수는 호주의 화교 사회가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는 단일하고 통합된 실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조사를 인용, 중국 태생이 중국계 호주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전략정책연구소 기고문에서 “2021년 국가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는 중국계 혈통을 가진 사람이 140만 명이 있으며, 이 중 약 40만 명이 호주에서 태어났고 100만 명이 해외에서 태어났다”고 썼다.

그는 이어 “해외 태생 중에서는 53만6000명이 중국에서 태어났고, 나머지는 대만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중국 태생의 모든 사람이 연방선거에서 투표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도착한 중국 태생 영주권자 중 호주 시민으로서 투표할 자격을 갖춘 사람은 단 36.5%였다”며, “따라서 임시 체류 중인 학생과 근로자들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25년간 중국 출신 영주권자 중 호주에서 유권자가 될 자격을 택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2023년 1월 21일 호주 시드니 차이나타운 지구에 모인 사람들.│Lisa Maree Williams/Getty Images

피츠제럴드 교수는 또한 화교 사회의 다양성이 중국공산당과 호주-중국 문제에 대한 의견의 다양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계 호주인들의 견해와 정서는 출생지와 직업적•개인적 성향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슈브리지는 호주 화교 사회의 상당 부분은 중국공산당의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중국공산당 통치하에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떠나서 호주에 왔으며, 중국계를 포함한 모든 호주인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긴다. 그들이 중국공산당 지도자 시진핑과 같은 무자비한 권위주의 정권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공 정권에 의해 압박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족이 중국에 남아 있는 사람들 같은 일부 중국계 호주인들은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단체들과 중국 대사관 및 영사관의 지시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슈르리지는 “하지만 이는 이러한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호주인들 노동당으로 기울어 

2022년 연방선거 이전에는 상당한 중국계 인구를 가진 많은 선거구에서 자유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2022년 연방선거에서 일부 핵심 선거구의 중국계 호주인 유권자들이 노동당으로 돌아섰고, 이는 노동당의 승리에 기여했다.

일부 중국계 호주인들이 중국공산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자유당 모리슨 정부의 비판에 반대했다고 보도되었다.

투표 추세는 2025년에도 계속되어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국계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서 표심이 노동당으로 많이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멜버른의 멘지스 같은 선거구에서는 자유당 득표율이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들은 정책 입안자들로 하여금 지지를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공산당에 대한 발언을 더욱 신중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2024년 6월 리창 중국 총리가 호주를 방문했을 때 당시 야당 대표였던 피터 더튼은 ‘친중국’ 입장을 취하며 무역 관계 개선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25년 4월 30일 호주 멜버른 글렌 웨이벌리에서 치솔름 선거구 자유당 후보인 케이티 앨런과 함께 중국계 지역사회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는 피터 더튼 전 야당 대표.│Dan Peled/Getty Images

피츠제럴드 교수는 중국계 호주인들은 호주와 중국의 외교 관계에 대해 우려한다기보다는 오히려 ‘호주’라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원한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선거의 교훈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계 호주인들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호주 정치 지도자들은 유권자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말고 남중국해 등 여러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적•정치적 활동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호주의 선거와 정치에 개입해 장난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브리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호주의 화교 사회가 중국공산당의 ‘간섭 활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간섭 활동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중국계 호주인들에게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