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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통했나? 中 조선 수주 68% 급감…한국은 선방

2025년 07월 11일 오후 12:12
중국 장쑤성 타이창의 조선소 2025.1.16  | STR/AFP via Getty Images중국 장쑤성 타이창의 조선소 2025.1.16 | STR/AFP via Getty Images

신규 수주 점유율도 작년 75%에서 올해 56%로 하락
같은 기간 한국 점유율은 14%에서 30%로 2배 ‘껑충’

중국이 수년간 장악해 온 세계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중국 조선소의 신규 수주량이 급격히 줄고 한국의 점유율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이 오랜 기간 세계 최대 조선국으로 군림했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 그 지위에 금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조선·해운 컨설팅 업체 클락슨 리서치가 앞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조선소의 신규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한 2630만 DWT(재화중량톤수·선박 자체 무게를 제외한 적재물의 총중량)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소의 수주량은 7% 감소에 그쳐 1420만 DWT를 기록했다. 중국은 절대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이지만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 중이다.

SCMP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수주의 75%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56%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한국의 점유율은 14%에서 3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 외에도, 중국 조선소에 대한 미국의 직간접 제재가 중국의 수주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美 조선업 재건” 외친 트럼프, 중국 겨냥한 압박 본격화

미국은 1980년대 민간 조선산업을 사실상 포기한 이후, 조선 시장의 주도권은 아시아 국가로 넘어갔다. 일본이 처음 바통을 잡았고, 이후 한국이 이어받았으며, 지난 15년간은 중국이 세계 조선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백악관에 복귀한 뒤, 미국 조선업 재건을 내세우며 중국 조선업을 직접 겨냥한 고강도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이 건조·소유·운영한 선박에 대해 미국 항만 입항 시 고액의 정박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조선업의 글로벌 진출에 제동을 거는 조치다.

같은 달에는 미국 조선소가 사용하는 중국산 장비에 대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선박 하역용 대형 크레인(Ship-to-Shore crane) 등 핵심 장비가 포함된다.

미 의회에서도 초당적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미국 조선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포괄적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에는 미국산 선박 건조 의무화 조항도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업용 선박을 반드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은 거의 공동화됐다”며 “우리는 조선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너무, 너무 뒤처져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에 이어 조선업도 ‘전략산업’으로 규정, 공급망 재편과 안보 강화 차원에서 자국 산업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조선업이 수출 및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업계의 발주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한국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조선 지위는 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