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공산당, 의사결정 조정 기구 설립…“시진핑 배제 가속”

2025년 07월 01일 오전 11:19

중국공산당(중공)이 최고 지도부 차원의 ‘의사결정 조정 기구’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정치적 변화 조짐을 드러냈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권력에 변동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공식적 사례로 관측됐다.

30일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진핑 총서기가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 중앙 의사결정 조정 기구’ 설치를 위해 관련 조례를 심의했다고 보도했다. 기구 설립 취지는 “중대한 업무에 대해 당 중앙의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지도체계를 강화하고, 중점 과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7월 1일은 중공 창당 104주년 기념일이다. 이번 ‘의사결정 조정 기구’ 설립은 중공이 창당 기념일을 맞아 지도 체계를 점검하고 당 중앙을 쇄신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특히 시진핑이 회의를 주재함으로써, 최근 불거진 그의 실각설을 잠재우고 권력이 안정됐음을 과시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중국 문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사평론가 웨산은 지난 30일 NTD와의 인터뷰에서 “신화통신 기사는 시진핑의 발언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았고, 그가 ‘총서기로서 회의를 주재했다’고만 했다”며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한다고 곧 그가 최고 권력자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화통신 기사문에는 이날 회의와 관련해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시진핑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한다”와 같은 표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이는 지도부 회의를 보도하는 관영매체 기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또한 ‘집중적·통일적 지도’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사문에서는 “통일적 지도는 대체(대신)하는 것이 아니며, 역할에 충실하되 월권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소개했는데, 권력 독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이 돌연 ‘의사결정 조정 기구’ 설립을 지시했다는 점도 의문으로 지적된다. 그는 지난 10여 년의 집권 기간 내내 중공의 전통적인 집단지도 체제를 거부하고 단독집권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경영대 헨리 가오 법학 교수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시진핑이 여전히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면 이런 기구는 필요 없을 것”이라며 “최근 시진핑의 군 고위 측근이 잇따라 숙청당하고 있는 점과 결부해서 보면, 그의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선밍스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의사결정 조정 기구’ 설립이 최근 거론된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확대회의에 원자바오, 후진타오 등 원로가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정 기구 설립은 원로들의 정책 개입에 제도적 근거를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밍스 연구원은 또한 “시진핑이 회의를 주재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1인 독단을 경계하고 과거의 ‘집단지도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이번 조정 기구는 사실상 시진핑의 권력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며 “그를 권력의 중심에서 밀어내고, 덩샤오핑 시대의 ‘중앙고문위원회’처럼 원로 세력이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로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