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중국 과학자 체포…생물무기 활용 정황 주목

2025년 06월 19일 오전 9:09

2024년 7월 미국 디트로이트 메트로 공항, 국제선 비행기에서 내린 한 중국인 분자 생물학자가 세관 구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세관 직원들이 그 중국인 학자 류쭌융의 가방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고 연방 형사 고소장은 전했다. 배낭의 작은 주머니 안에 구겨진 휴지 뭉치가 있었던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그 휴지 속에는 중국어로 된 쪽지, 여러 개의 원이 그려진 둥근 필터지, 그리고 작고 붉은 식물성 물질이 담긴 투명 비닐봉지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세관 직원들은 류쭌융에게 이 물건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B-2 관광 비자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이 물질들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며 누군가 자신의 가방에 넣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왜 그런 물질을 가방에 넣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겠고 실수로 넣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심문이 더 강도 높게 진행되자 류쭌융은 자신이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그는 문제의 물질이 ‘퓨사리움 그라미네아룸(Fusarium graminearum)’이란 독성 곰팡이의 여러 변종들이라고 밝혔다.

이 곰팡이는 병원성 미생물로 밀, 옥수수, 쌀과 같은 주요 작물을 감염시켜 식량 공급망을 노리는 생물학적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고 연방 고소장은 전했다.

또한 이 곰팡이는 인간과 가축에게 해로운 독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식량 안보와 공중 보건 모두에 이중으로 위협이 되는 물질이다.

세관과 국경보호국(CBP)의 발견은 추가 수사로 이어졌고 결국 류쭌융과 그의 여자친구 젠윤칭은 지난 6월 2일(이하 현지 시간) 허위 진술 및 병원균 밀반입 혐의로 기소됐다.

미시간대학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젠윤칭은, 그녀의 전자기기에서 발견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CCP)에 충성 및 가입을 서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방 고소장은 밝혔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 한청쉔.⎟ Sanilac County Sheriff’s Office via AP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불과 일주일 후 디트로이트 공항에서는 또다시 중국인 과학자 한청쉔과 관련해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사 범죄 관련한 3번째 중국인이 된 그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화중과학기술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연방 형사 고소장에 따르면 한청쉔은 선충(線蟲)에서 유래한 생물학적 물질을 미국에 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앞서 문제가 된 두 중국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미시간대학 실험실에서 추가 연구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한청쉔은 입국 전 화중과기대에서 미시간대학으로 ‘C. elegans(예쁜꼬마선충)’의 플라스미드(자가복제 DNA 조각)와 이를 담은 용기인 페트리 접시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고 연방 고소장은 표기했다.

지난 6월 8일 그녀는 밀수 및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됐다.

젠윤칭과 한청쉔은 6월 13일 디트로이트에서 각각 열린 별도의 법정 심리에서 심리를 받을 권리를 포기함에 따라 구금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최근 중국 국적자들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생물학적 물질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려 한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중국인 과학자 류쭌융이 지난해 미국으로 반입한 독성 식물 병원체를 보여준다. 미국 연방 당국은 지난 6월 3일 미시간대학 실험실에서 일하던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그를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Eastern District of Michigan via AP

미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연방 당국은 미국의 식량 시스템을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製劑)를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검사 제롬 고르곤은 이번 밀반입 혐의를 “가장 중대한 국가 안보 우려 사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6월 3일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 외국인은 ‘잠재적인 농업 테러 무기’로 간주되는 곰팡이를 미국의 심장부로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미시간대학 실험실을 이용해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려 했다.”

과학의 무기화

미시간대학의 중국인 연구원 젠윤칭은 이번 첫 번째 사건의 중심인물이다.

연방 고소장에 따르면 젠윤칭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텍사스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박사후 연구 펠로십에 지원했다. 공개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텍사스 A&M대학에서 해당 직위를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미시간대학의 ‘분자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연구소’에서 펠로우십을 수락, 현재 미시간대학은 젠윤칭을 박사후 연구원으로 등재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 고소장에 따르면 젠윤칭은 비자 신청서에서 자신이 “곰팡이 병원균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주제를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중국인 연구원 젠윤칭.⎟ Sanilac County Sheriff’s Office via AP

고르곤 검사는 “그녀와 남자친구는 미시간대학의 실험실을 그들의 계획 실행을 위해 이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방 고소장에 따르면 FBI가 커플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문자 메시지에는 젠윤칭이 2022년 8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량 선생님의 씨앗’을 신발에 숨겨 미국으로 밀반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퓨사리움 그라미네아룸을 연구했고 이 곰팡이가 곡물 작물의 방어 체계를 어떻게 공격하고 극복하는지에 관한 학술 논문을 작성한 바 있다.

그러나 류쭌융에 대한 기소는 그가 세관 및 국경보호국에 의해 입국 부적격자로 간주돼 추방된 이후 이뤄졌다.

중국 및 초한전 전문가들은 이번 일련의 체포 사태를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초한전(超限戰)’이란 중국 인민해방군(PLA) 소속 장교 두 명이 1999년 펴낸 ‘초한전’이란 책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 제재, 해킹, 테러, 외교전, 여론전 등을 무기 삼아 전면전 없이도 상대국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자 중국 전문가인 로렌스 셀린은 특히 우려되는 부분으로 유전자 조작 가능성을 지적했다.

셀린 대령은 젠윤칭이 발표한 과학 논문 중에는 사실상 ‘기능획득연구(gain-of-function research)’에 해당하는 연구를 수행한 중국 과학자와의 공동 연구도 포함돼 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기능획득연구란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병원체의 감염성, 독성 등 특정 기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생명과학 연구를 말한다.

젠윤칭이 참여한 공동 연구는 독성이 없는 곰팡이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위험한 독소를 생성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셀린 대령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농업 테러 무기는 미국의 농작물, 가축, 인간 건강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식량 공급망에 대규모 혼란과 신뢰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성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생명공학 개입 가능성과 비교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사진은 2020년 9월 29일 미국 켄터키에서 대마에 발생한 곰팡이병인 ‘퓨사리움 이삭마름병’의 모습. 이 곰팡이는 밀, 옥수수, 쌀과 같은 주요 작물에 감염될 수 있으며 대응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중국인 과학자 류쭌융은 지난해 ‘퓨사리움 그라미네아룸(Fusarium graminearum)’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Nicole Gauthier via AP

셀린 대령은 미국 정부가 식량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대부분의 미국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보수 성향 싱크탱크 ‘게이트스톤 연구소(Gatestone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이자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은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 농업을 겨냥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그는 말했다. “중국은 최소한 지난 5년 동안 우리 농장과 목장을 공격해 왔다고 생각한다.”

창 선임 연구원은 중국 과학자들의 체포가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대해 벌이고 있는 초한전의 최근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 중국에서 발송된 정체불명의 씨앗이 미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배달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 ‘이 씨앗을 심지 말라’는 경고가 나왔던 이유는 질병이나 외래종이 포함됐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기업 또는 중국 정권과 연계된 단체들이 미국 내 농지를 매입해 왔으며 그중 일부는 군사 시설이나 주요 기반시설 근처에 위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바로 문제”라고 말한 창 선임 연구원은 그 이유가 중국 공산당의 ‘군민융합(軍民融合)’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정책하에서는 민간 부문도 베이징의 군사 목표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적대세력의 미국 농지 매입을 금지하기 위해 최소 19개 주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일부 주에서는 군사 시설이나 민감한 인프라 근처의 토지 매입을 제한하는 조치도 도입됐다.

그러나 창 선임 연구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더 큰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농지가 미국 본토에 대한 농업 테러 공격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창 선임 연구원은 베이징이 2019년 5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사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미국을 적국으로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 사설은 미국을 상대로 한 ‘인민전쟁(人民戰爭)’을 선포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에 있어 이는 ‘전면전(total war)’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평시가 아니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가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창 선임 연구원은 말했다.

워싱턴 행정부는 얼마 전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무역 협정을 중국과 체결했다. 이 조치는 지난 5월 미 국무부가 발표했던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사람이나 민감 분야를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 선임 연구원은 이 무역 협정이 미국 내 중국인 연구자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 강화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분명하게 말해서 미국은 무역 협정이 있든 없든 위험한 인물들이 자국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인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9월 2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미스턴에 있는 스미스 가족 농장의 헛간에서 식량 안보 캠페인 행사를 앞두고 주 경찰관이 옥수수밭을 수색하고 있다.⎟ Jeff Swensen/Getty Images

트로이의 목마

중국인 학자들의 체포는 민감한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중국 국적자들에 대한 한층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미시간대학의 ‘분자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연구 그룹’에는 젠윤칭을 포함해 13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젠윤칭 등 9명이 중국인, 3명은 한국인, 단 1명만 미국인이다.

미시간대학은 교수, 대학원생, 방문 학자 신분의 중국 국적자들이 중국 공산당 소속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는지에 대한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미시간대학의 갱신된 공식 입장문을 참조하라고 밝혔다.

대학 측은 체포된 중국 국적자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당국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학교 측은 정책을 재검토하고 “교육 개선과 추가 지침 제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관련 법률과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고를 포함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일부 중국 대학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하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대학이 이를 요구하는 추세다.

2023년 중국 최대이자 가장 권위 있는 과학 기관인 중국과학원은 행동강령을 개정해 학술 연구가 당의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학문 자유 감시 단체인 ‘스콜라스 앳 리스크(Scholars at Risk)’가 전했다.

중국과학원 행동강령 개정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같은 해(2023년)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는 중국 국가장학기금의 지원을 받아 몇몇 교육기관에 등록한 중국인 박사 과정 학생들이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하고 중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행동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계약서에는 학생이 귀국할 때까지 가족 중 한 명이 중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가족을 통해 계약 이행을 강제하려는 의도란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명문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해당 장학금 프로그램에 대한 등록을 일시 중단했다.

클레어 로페즈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 요원은 이러한 사건들이 중국 군사 교리에 명시된 보다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들은 농업, 동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전을 자신들의 군사적 레퍼토리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로페즈 전 요원이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로페즈 전 요원은 중국 연구자들이 처한 복합적인 압박을 강조하며 이들이 미국에서 수년간 체류하더라도 여전히 중국 국가안전부에 정보를 제공할 잠재적 의무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4월 3일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미시간대학 캠퍼스를 걷고 있는 학생들.⎟ Bill Pugliano/Getty Images

의회의 조사 착수

올해 3월 미국 의회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하원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뮬러나 공화당 의원은 미국의 6개 주요 대학이 중국 국적자들을 ‘첨단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문제에 대해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뮬러나 의원은 지난 3월 카네기 멜런 대학, 퍼듀대학, 스탠퍼드대학, 일리노이대학, 메릴랜드대학, 남캘리포니아대학(USC)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인 학생과 연구자 입학 정책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서한에서는 미국 학술기관들이 의도치 않게 중국 공산당의 미국 기술 혁신 전략과 군사적 활용 시도를 돕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해당 서한에는 “미국의 학생 비자 제도는 베이징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됐으며 우리의 최고 연구기관들에 무제한 접근을 허용하고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기소된 중국 국적자 두 명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에게 논평을 요청했다.

한청쉔의 변호인인 연방 국선변호사 사라 가버는 “한청쉔은 무죄로 추정되며 추가 절차를 지켜본 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젠윤칭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잘카인드 던컨 앤 번스타인’의 데이비드 던컨 변호사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젠윤칭의 변호인은 앞서 진행된 기사에서도 논평을 거부한 바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