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대만 법원, 해저케이블 고의 절단 혐의 中 선장에 징역 3년

2025년 06월 13일 오전 11:08

대만해협에서만 매년 7~8건 발생…통신 인프라에 타격
“민간 내세워 군사적 목적 달성하는 中 ‘회색지대’ 전술”

대만 남부 타이난지방법원이 중국계 선박의 대만해협 해저 통신케이블 고의 훼손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선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해저케이블 파손을 두고 대만 사법당국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이난지법은 지난 2월 25일 대만 펑후(澎湖) 해역의 제3호 해저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한 혐의로 중국 선장 왕(王)모씨에게 ‘전기통신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다. 문제가 된 선박은 ‘훙타이(宏泰) 58호’다. 서아프리카 토고에 등록됐지만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중국 선박이다.

이 선박의 중국인 선장 왕 씨는 산둥 출신으로, 과거 주로 어선에서 일해 왔으며 중학교 학력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건 초기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 당일 돌연 범행을 시인했다. 법원은 선박의 항적, 전자해도 기록, 사진 등의 증거를 통해 왕 선장이 해저케이블 존재를 알고도 정박 금지구역에 고의로 닻을 내려 케이블을 끊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복구 작업에 참여한 기술자들은 케이블 절단 부위에서 인위적인 외부 충격 흔적이 발견됐으며, 선박이 닻을 내린 위치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은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의 약 90%를 전송하는 핵심 인프라로 통신뿐 아니라 금융, 국방, 항공 등 각종 시스템 운영의 기반이다. 대만 국가안전국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해저케이블 훼손은 중국 공산당(중공)의 회색지대 전술”이라며 “최근 부각된 새로운 위협 방식”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 주변 해역에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7~8건의 해저케이블 훼손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인위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존 아퀼리노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중공이 반복적으로 해저케이블을 훼손해 타이완의 통신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지역 안정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사한 사건은 유럽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발트해 지역에서 중공 화물선이 고의로 닻을 끌며 해저케이블을 손상시키는 사례가 이어졌고, 해당 국가들도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중공이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구조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공은 ‘심해 연어 양식장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 일각에서는 평택 미군 기지의 미군 잠수함 등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의 구조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이번 대만 법원의 유죄 판결은 중공의 ‘비군사적 위협 행위’에 대해 지역 국가들이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