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베이징 출신 알버타 변호사 “캐나다, 내가 떠나온 중국의 길로 가고 있다”

2025년 11월 15일 오전 8:06
알버타주 변호사 로저 송은 2023년, ‘문화 역량(cultural competence)’ 교육을 의무화한 알버타 변호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Courtesy of Roger Song알버타주 변호사 로저 송은 2023년, ‘문화 역량(cultural competence)’ 교육을 의무화한 알버타 변호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Courtesy of Roger Song

로저 송 “워키즘(wokeism)은 새로운 형태의 이념 통제…법조계의 독립성과 시민의 자유 위협”

알버타주 변호사 로저 송은 25년 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느낀 체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중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는 1989년 천안문 광장 학살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베이징대학교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으며, “정권이 어떻게 권력을 이용해 학생들의 정당한 민주화 요구를 탄압했는지” 똑똑히 보았다고 회상했다.

송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들, 그리고 다음 세대가 이런 독재체제 아래에 계속 살아가도록 둘 수는 없었다”라며
“그래서 그 순간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캐나다 내에서 공산 중국의 이념적 폭정과 점점 더 닮아가는 ‘이념적 강요’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 변호사는 2023년, 알버타 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에게 ‘문화 역량(cultural competence)’ 교육을 의무화한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에서 자라며 보았던 사상 통제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가 내가 탈출해 나온 바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알버타주 변호사 로저 송과 그의 아내 얀 차오. 1994년 뉴욕 워싱턴스퀘어 공원에서 촬영. | Courtesy of Roger Song

2019년, 로저 송은 알버타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문화 역량’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다.
그는 알버타 변호사협회의 전문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성 정체성, 그리고 ‘체계적 불평등과 장벽을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정치화된 의무 조항으로 규정했다. 송은 이 프로그램이 법률적 전문성을 ‘깨어있는(woke)’ 정치 신념에 대한 동조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3년 이 같은 의무 교육 조항의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9월 12일 알버타주 킹스벤치 법원은 송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사가 자신이 봉사하는 사람들과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는 것은 공익에 반하지 않으며, 진화하는 인권법의 원칙에 기반한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변호사협회는 전문성 개발 요건을 더 큰 사회적 선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권한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강제로 수용하게 하는 것은 ‘변호사의 독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 대법원이 ‘자유 사회의 핵심 특징 중 하나’라고 명시한 변호사단의 독립성은, 변호사가 국가나 여론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오직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개인의 신념, 이념,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의무 교육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무 교육이 있다는 것은 그 교육의 내용이 이 사회에서 지배적인 관점·태도·문화로 간주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송은 자격을 잃을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교육을 이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한 내에 수료증을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다”고 말했다.

2013년, 캘거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로저 송 변호사와 그의 아내 얀 차오. | Courtesy of Roger Song

송은 알버타 변호사협회의 교육 조치가 캐나다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강제된 발언(compelled speech)’과 ‘이념적 순응 강요’, ‘양심 및 표현의 억압’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소송을 대리하는 단체는 ‘헌법자유정의센터(Justice Centre for Constitutional Freedoms)’다.

알버타 변호사협회 규정 제67.4조에 따르면, 협회는 회원들에게 특정 형태와 기간의 전문 연수 과정을 의무적으로 부과할 권한이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한 다음 날부터 자격이 자동 정지된다.

한편 협회는 에포크타임스의 질의에 “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9월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협회는 송의 주장을 “주관적 의견에 기반한 것”이라며, 기본권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또한 자사의 규정과 행동 강령이 ‘법조인직무법(Legal Profession Act)’이 부여한 직업 규제 권한의 합리적 해석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협회가 변호사 전문직의 자율 규제 권한을 행사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문서는 이어 “협회의 입장에서 볼 때, 전문직의 역량(competency)은 문화적 역량과 차별·괴롭힘의 제거를 포함하며, 이는 대중이 변호사 직역(職域)에 갖는 신뢰를 지키는 데 필수적 요소”라고 명시했다.

공산주의 아래에서의 삶

송 변호사는 알버타 변호사협회로부터 의무 교육 통보를 처음 받았을 때, 그것이 즉시 중국에서 자신이 배웠던 ‘정치적 역량(political competence)’ 개념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사람이 공산주의 이념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로 평가받는다고 회상했다. 공산당 노선을 따르는 사람은 사회적·직업적 승진의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사망’, 즉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문화 속에서 완전히 고립된다는 것이다.

1974년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어린 시절의 로저 송(상단) 과 함께한 가족 모습.
왼쪽부터 어머니 리쥬안 자, 누이 리 송, 아버지 신쯔링. | Courtesy of Roger Song

송은 “공산 정권 아래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독재자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를 무조건 지지한다고 말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버타 변호사협회의 의무 교육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이후, 동료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낙인찍었다.
나는 중국인이고,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중국어가 모국어다.
그런데 단지 내 견해가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렸다.”

또한 송은 “캐나다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며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바로 캐나다판 ‘캔슬 컬처(배척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이념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단순한 사회적 배제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신쯔링(辛子陵)의 사례를 언급했다.
신쯔링은 중국의 전직 고위 군 장교 출신으로, 헌정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당 간부들의 부패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3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송은 “아버지는 정식 재판도 받지 못했고, 처벌을 명시한 어떤 공식 문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은 캐나다로 이주한 뒤 법치주의(rule of law)와 신의 주권(the supremacy of God)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법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운용되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원칙 덕분에 법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은 “규제 기관이 변호사들에게 의무적인 문화 교육을 강요하고, 변호사들이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없게 만든다면 그것은 법조 직역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결국 시민이 공정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2014년 7월 28일, 알버타 변호사협회에 정식 등록된 후 선서하고 있는 로저 송(오른쪽). | Courtesy of Roger Song

그는 이어 “법관과 변호사들이 독립적인 판단력을 잃고, 정부나 기관의 정치적 압력에 종속된다면, 법이 보장하는 모든 시민의 권리는 무의미해진다”며 “캐나다가 지금 그 근본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적 투쟁

송은 캐나다에서 공산주의적 사고가 뿌리내리고 있는 징후 중 하나는 사람들을 여러 ‘정체성(identity)’으로 분류해, 누가 우대받고 누가 차별받는지를 구분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이 정부 정책, 고용, 연구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별과 인종 정체성을 기준으로 삼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체계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은 “이건 새로운 수법이 아니다. 단지 ‘계급 정체성’을 활용하는 공산주의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공산주의가 ‘계급투쟁’이라는 이념을 주입해, 개인의 가치를 정치적 성향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 인맥 관계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송은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 좌파 이념 지지자들이 우대받고, 지주나 부농 계층은 ‘계급의 적’으로 낙인찍혀 탄압받았던 사례를 언급했다.

송은 현재 서방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워키즘(wokeism)’이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이념적 강요이며, ‘억압받는 집단’을 대변한다는 명분 아래 권력과 통제를 장악하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젠더, 성적 지향, 흑인, 원주민 등 ‘피억압 집단’의 정체성을 내세워, 기독교인·백인·이성애자·남성 등 이른바 ‘억압 집단’과 대립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라며 “이는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해 분열을 심화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송은 이러한 ‘사회적 투쟁’ 전략이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기존의 법 질서와 사회 체계를 붕괴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는 이미 그 결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버타 변호사협회의 전문 연수 지침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체계적 불평등과 장벽이 개인과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문화적·포용적 역량을 입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변호사들에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발전시키고, 차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실천’ 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은 “변호사협회가 이런 정체성 중심의 시각을 주입함으로써, ‘모든 사람은 법과 신 앞에 평등하다’는 근본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변호사들을 법 전문가가 아닌 ‘사회정의 실천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법체계와 시민의 법적 보호에 심각한 해악을 미치는 일”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