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 권력 이상설 속 후진타오·원자바오 ‘존재감’ 부각

2025년 06월 10일 오후 5:50

관영 매체, ‘절대권력’ 시진핑보다 후진타오에 은근한 포커스
온라인에선 “그 시절이 좋았지”…원자바오 등 원로층 회고성 게시물 확산

올해 8월께 개최가 예상되는 중국공산당(중공) 4중전회를 앞두고 베이징 정계 안팎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공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인민해방군 고위 인사 장례식에는 시진핑의 군 핵심 측근 한 명만 모습을 보이지 않아, 모종의 사정이 있음을 짐작게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권좌에서 밀려난 당 원로들의 과거 글이나 관련 기사가 갑작스럽게 재조명됐다.

지난 8일, 베이징 바오산 혁명공원묘지에서 열린 쉬치량 전 중공 군사위 부주석의 장례식에는 시진핑을 비롯해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최고 지도부 전원이 참석해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원로 중에서는 유일하게 후진타오만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의 존재감은 관영 CCTV 뉴스에서도 미묘하게 두드러졌다. 시진핑 등 현 지도부가 보낸 화환을 스친 카메라는 후진타오의 화환에 잠시 머물며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반면, 혼자만 빠진 인물도 있었다. 장례식장에 놓인 근조화환에는 16명의 정치국 위원 중 허웨이둥의 이름만 없었다. 허웨이둥은 현직 중앙 군사위 부주석이다. 그가 군 고위 인사 장례식에 참석은커녕, 화환조차 보내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평론가 차이셴쿤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쉬치량의 장례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허웨이둥”이라며 “그가 정치국 위원 중 유일하게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것은 자격을 잃었거나 숨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차이셴쿤은 조깅 도중 심근경색으로 숨졌다는 쉬치량의 죽음이 생전에 받았을 정치적 충격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그는 “자신이 발탁한 군 인사들이 대거 숙청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받은 충격이 심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확연히 흔들리고 있으며, 가장 큰 도전자는 장유샤”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장유샤는 중공 내부 주요 세력 중 하나인 태자당(원로 자제 그룹) 소속으로, 집권 초기부터 시진핑을 지원해 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0월,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이 반부패 숙청을 군부로 확대하며 자신의 측근들을 겨냥하자 이에 반발, 시진핑의 독주에 불만을 품은 원로들과 손잡고 저항하고 있다.

그 이후 장유샤는 개인적인 신망을 기반으로 군 내부 지지 세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시진핑에 대한 저항의 강도를 높여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서 시진핑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푸젠성 주둔군 출신 인사들의 대량 숙청도 그 사례다. 이번에 쉬치량의 장례식에 빠진 허웨이둥도 푸젠성 주둔군 출신이다.

중공의 중요 회의인 4중전회 개막 시기를 올해 8월로 전망한 차이셴쿤은 “(이 회의는) 시진핑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과 군 내부에서 시진핑의 퇴진 및 권력 이양을 둘러싼 일정한 수준의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합의가 마무리될 4중전회 전까지 시진핑이 반격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출신의 반체제 작가로, 홍콩에서 활동하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옌춘거우는 시진핑의 권력에 이상이 생긴 것은 원로 그룹이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공의 진정한 권력자들은 은퇴 후에도 영향력이 강력한 원로들”이라며 “시진핑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할 수 있었던 것도 원로들이 묵인해 줬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시진핑을 밀어내려 한다”고 밝혔다.

원로 세력의 ‘귀환’은 온라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하에 침체된 분위기와 비교해, 이들의 집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성격의 게시물을 통해서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원자바오 전 총리의 2007년 대학 강연에서 언급된 ‘하늘을 우러러보며(仰望星空)’라는 시가 재조명됐다. 당시 원자바오는 “하늘을 바라보는 국민이 있는 민족만이 희망이 있다”며 “지식을 배우고 세상을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시사평론가 저우샤오후이는 “하늘과 싸우고 땅과 싸운다는 중공의 투쟁 철학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라며 “원자바오가 나서 줄 것을 기대하는 민심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쟁을 강조한 중공과 시진핑에 대한 피로감이 새로운 사회 분위기에 대한 욕구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후야오방·자오쯔양 시절의 중난하이가 그립다(我很懷念胡趙時代的中南海大院)’를 비롯해 후진타오, 왕치산 등 은퇴한 원로들을 다룬 기사들도 중국 매체와 온라인에서 공개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공의 전 국무원 총리 톈지윈이 쓴 것으로, 파벌 갈등 없이 실력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던 정부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저우샤오후이는 “시진핑의 권력이 강력했던 시기라면 이런 글들이 바로 검열됐을 것”이라며 “여러 원로들의 메시지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진핑의 권력에 이상이 생겼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로 다수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중공 체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길이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길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