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천즈 회장, 왜 미국 아닌 중국에 송환됐나…캄보디아 “중국 요청”

2026년 01월 12일 오후 12:11
사기 범죄 조직 두목으로 지목된 천즈(가운데) 프린스 그룹 회장 중국 송환 장면 | CCTV 보도화면 캡처사기 범죄 조직 두목으로 지목된 천즈(가운데) 프린스 그룹 회장 중국 송환 장면 | CCTV 보도화면 캡처

천즈, 캄보디아 당국의 국적 취소로 ‘중국 국적’ 회복…중국 송환
중국 외교부는 논평 회피하고 공안부·관영매체는 조용한 반응
유사한 ‘미얀마 범죄단지’ 사건 때와 대조돼…전문가들 “미국 송환 막으려는 중-캄 합작”

캄보디아에서 전기통신 사기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온 프린스 그룹(중국명 태자집단·太子集團) 창업자 겸 회장 천즈(陳志)가 최근 중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에서 이미 형사 기소돼 국제 수배 대상이었던 인물이지만, 캄보디아는 그를 미국이 아닌 중국에 넘겼다. 이 선택을 두고 “사건 해결”이 아니라 “사건 감추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캄보디아 현지 중문 매체 ‘캄중시보(柬中時報)’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무부는 이날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국경 간 범죄 대응 협력 차원에서 천즈 등 중국 국적 피의자 3명을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와 중국 양국은 수개월간 공동 수사를 진행해 왔으며, 천즈의 캄보디아 국적은 지난해 12월 이미 취소된 상태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국적이 취소되면서 천즈의 국적은 출신국인 중국으로 귀속됐고, 이에 따라 송환도 중국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송환 사실이 공개된 직후 캄보디아의 전 총리 훈센 측은 천즈 회장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훈센 측 대변인은 “일부 인사들이 집권당 지도부나 정부 수반의 이름을 방패 삼아 불법 행위를 은폐하려 한다”며 “이는 집권당이 단호히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캄보디아 안팎에 퍼진 의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천즈 회장이 훈센 전 총리와 집권 세력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시선을 의식해, ‘정권과 범죄를 엮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 책임을 개인 범죄로 한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매체, 유사 사건 때와 달리 단신 위주 ‘조용한 보도’

로이터통신은 8일 천즈 회장 중국 송환 소식을 전하며, 중국 외교부와 공안 당국이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신중한 태도는 유사 사건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먀와디 지역에 위치한 ‘아시아 퍼시픽 뉴시티’ 설립자 셰즈장(佘智江)이 태국에서 중국으로 송환됐을 당시, 중국 공안부는 이를 “범죄 소탕 성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선전을 펼쳤다.

아시아 퍼시픽 뉴시티는 ‘스마트 시티’를 표방한 복합단지였으나 이후 동남아 최대 온라인 범죄 거점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화통신·인민일보·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셰즈장 송환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중국 인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공조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천즈 송환 때 중국 공산당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태도를 보였다. 8일 열린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관련 부처가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같은 날 오후 공안부 발표를 인용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국경 간 도박·사기 범죄 조직 두목 천즈(중국인)를 중국으로 송환했다”는 3단락 분량의 단신을 내보냈다. CCTV 역시 공안부가 공개한 송환 영상을 바탕으로 49초짜리 단신 뉴스만 보도했다.

미국 기소 이후 상황 급변…“미국행 막기 위한 송환” 분석

중국 민영 매체들은 심층 보도를 시도했다. 다만 초점은 중국보다는 천즈 회장의 캄보디아 쪽 배경에 맞춰졌다. 훙성신문(紅星新聞)은 “천즈 체포·송환 이후에도 프린스 그룹 산하 은행과 부동산 사업은 정상 운영 중”이라는 현지 발언을 전했고,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장문의 분석 기사에서 천즈의 성장 배경에 깔린 캄보디아 정·관계 네트워크를 조명했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 갈등, 특히 전기통신 사기 산업으로 인한 자금 유출 문제가 이번 송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매체는 캄보디아 내무부가 밝힌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송환’이라는 표현은 언급하지 않고, 공안부의 ‘양국 협조 성과’ 발표만 인용했다.

1987년생인 천즈는 중국 푸젠성 롄장(連江) 출신으로, 영국과 캄보디아 국적을 보유했던 인물이다. 2011년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뒤 2015년 프린스 그룹을 설립했고, 금융·은행·관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30여 개국에서 활동했다.

2020년에는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명예 귀족 칭호이자 최고위급 작위인 ‘오크냐’를 받았고, 훈센 전 총리와 현 총리 훈마넷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때 그를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인’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뉴욕 연방법원에 천즈를 전기통신 사기 및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수사 과정에서 약 12만7000비트코인(당시 시가 약 150억 달러·약 22조원)이 압수됐고, 미국·영국·싱가포르·태국·대만·홍콩 등지에서 관련 자산이 동결됐다.

전문가들 “중국 권력층 연루 정황…제대로 된 수사 난망”

전직 중국 정보요원 출신으로 호주에 망명한 에릭(Eric·가명)은 “프린스 그룹은 캄보디아와 동남아에서 중국 공산당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핵심 창구였다”며 “천즈가 미국에 넘겨질 경우 동남아 자금망과 중국 권력층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함께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민주화 인사 성쉐(盛雪) 역시 “천즈는 중국 권력 핵심과 연결된 자금 관리 창구였다”며 “이번 송환은 미국의 천즈 신병 확보를 차단하기 위한 중국과 캄보디아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베이징 법조인 출신의 시사평론가 라이젠핑(賴建平)은 “천즈가 미국으로 인도됐다면 수사는 개인을 넘어 중국·캄보디아·동남아를 잇는 범죄 네트워크 전체로 확대됐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재판이 열리더라도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구체적인 범죄 구조와 공범 관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이번 송환을 ‘사기 제국의 종말’로 묘사하지만, 천즈 회장이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오히려 사건은 일종의 ‘리스크 관리’ 형태로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