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軍 최측근 장례식 화환에 ‘숙청설’ 허웨이둥만 빠져

시진핑의 군부 핵심 측근인 허웨이둥 군사위 부주석 이름만 없어
숙청·사망설 재점화…“시진핑 군 장악력 약화 보여준 또 하나의 신호”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 지형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쉬치량(許其亮)의 장례식에서, 현직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의 이름이 유일하게 누락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웨이둥의 실각설과 사망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오전 중국 관영 CCTV는 시진핑 총서기를 포함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베이징 바오산 공원묘지 장례식장에 나타나 조의를 표하는 모습을 현장 영상으로 보도했다.
쉬치량은 시진핑과 오랜 인연을 맺은 군부 최측근이다. 시진핑의 집권 초반부터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맡아 그의 군부 장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공산당 당국은 쉬치량 장례를 ‘국장급’으로 치르며 예우했고, 장례식에는 중앙정치국 위원 전원이 근조화환을 보내는 방식으로 체제 안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하지만, 관영 CCTV가 공개한 장례식 영상에는 중대한 ‘허점’이 노출됐다. 근조화환은 장례식장 한쪽에 권력 서열에 따라 정리돼 있었는데, 시진핑 등 최고 지도자급인 상무위원(7명)의 이름은 7개의 화환에 각각 1명씩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화환 4개가 놓여 각각 4명씩 총 16명의 일반 위원 이름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름이 적힌 리본은 15개뿐이었다. 허웨이둥의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시사 평론가 차이션쿤(蔡慎坤)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장례식에서 가장 큰 의문은 허웨이둥의 조화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그는 정치국 위원 자격을 상실했거나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차이션쿤은 “허웨이둥의 이름은 원래 (서열상) 리훙중(李鸿忠)과 허리펑(何立峰) 사이에 있어야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며 “그가 휴가 중이거나 대만 침공을 준비 중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유일하게 가능한 설명은 이미 문제가 발생했거나 사망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웨이둥은 2022년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랐다. 그는 작년까지 동부전구 사령관을 지내며 대만 유사시 작전계획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지며 시진핑의 군부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다.
승승장구하던 허웨이둥은 올해 들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4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허웨이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화권에서는 그가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과도한 압박감을 못 이겨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번에 사망한 쉬치량 역시 시진핑의 오랜 군부 측근이었다. 그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냈고, 한때 중국 공군 총참모장으로도 활동했다.
중국 당국은 쉬치량에 관해 “사망 당일 오전 조깅을 하던 도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수영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리커창 전 총리의 사례와 유사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중화권 일각에서는 쉬치량이 지난달 말 사망했으며, 당국이 의도적으로 사망 시기를 늦춰 발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권의 혼란상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쉬치량, 허웨이둥 외에도 시진핑의 또 다른 군 측근인 먀오화(苗華) 전 중앙군사위 위원도 숙청이 발표된 후 사망설에 휘말린 바 있다.
이처럼 시 주석의 군부 최측근 인사들이 잇따라 실각하거나 사망설에 휘말리면서, “시진핑이 군권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 소식통은 현재 실질적인 군부 실권이 장여우샤(張又俠)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허웨이둥의 소재나 신변 이상설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쉬치량 장례식에서 혼자 누락된 그의 이름표만이 중국 군부 내 권력 암투의 실체를 드러내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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