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 미스터리…집무 공간 옮겼나? “내 집무실은 바로 옆”

2025년 06월 08일 오후 4:32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공식 발표 없이 집무 공간을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권력 이상설과 맞물려 ‘사실상 연금 상태’에 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벨라루스 관영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시진핑은 지난 4일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로 루카셴코와의 정상 회동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이 아닌 중난하이 ‘춘이제(純一齋)’에서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접견 시설로, 금나라 시대에 처음 조성된 이래 오늘날에는 외국 정상이나 주요 인사를 맞이하는 대표적인 외교 무대로 쓰인다.

중난하이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 고위층 인사들의 집단 거주 겸 업무 지역이며, 춘이제는 중난하이에서도 ‘펑쩌위안(豐澤園)’이라는 구역에 위치한 건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진핑의 ‘발언’과 펑쩌위안의 ‘위치’다. 4일 시진핑은 중난하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맞이하며 “이곳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내 집무실이 바로 옆이다”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두 사람이 중난하이에서 만났다고만 보도했다. 그러나 벨라루스 언론이 올린 동영상에는 두 정상이 만난 건물 현판에 적힌 춘이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즉 “내 집무실은 바로 옆”이라는 시진핑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집무실은 펑쩌위안 구역 내 춘이제라는 건물 바로 옆이나 최소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과는 맞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진핑의 집무실은 중난하이 내부에서도 펑쩌위안과 멀리 떨어진 ‘잉타이(永臺)’에 있기 때문이다.

잉타이는 중난하이 남쪽 호수 중심에 있는 섬으로, 역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의 집무실이자 외빈 접견 장소로 사용됐다.

반면, 펑쩌위안은 원래 연극무대와 오락시설이 마련된 장소로, 회의가 열리기도 하지만 정식 외빈 접견지로는 사용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의 보안 구역인 중난하이의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라 정확한 거리 계산이 어렵지만, 춘이제와 잉타이 중심부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350m 이상 떨어졌다. 도보 이동을 계산하면 이동거리는 500m가 넘을 수도 있다.

베이징 중난하이 위성 사진. 왼쪽 위가 춘이제, 가운데 아래가 잉타이 섬이다. | 구글 어스 화면 캡처

또한 춘이제 외에도 펑쩌위안에는 다른 건물이 있으며, 잉타이까지 가는 길에도 많은 건물과 구역이 존재한다.

시진핑이 주변 건물들을 제쳐두고 멀리 떨어진 잉타이의 공식 집무실을 ‘바로 옆’이라고 말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중화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자신과 우호적인 외국 정상(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나 긴장이 풀린 시진핑이 무심코 ‘진실’을 발설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시진핑의 집무실이 모종의 이유에 의해 기존 잉타이에서 춘이제나 펑쩌위안 내 다른 건물로 옮겨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벨라루스는 중국 공산당과 오랜 신뢰를 쌓았으며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과 만난 바 있다.

시진핑의 집무실이 춘이제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소식은 하나 더 있다. 그가 6일 제 11대 판첸 라마와 춘이제에서 만났다는 점이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에 이어 티베트 불교 서열 2위의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의 판첸 라마는 티베트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옹립한 친중 인사다. 티베트를 비롯해 반체제 인사들 사이에서는 ‘가짜 판첸 라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진핑과 판첸 라마의 만남을 전한 관영매체 기사에서는 여전히 정확한 접견 장소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보도 사진을 보면 벨라루스 관영통신이 찍은 영상과 매우 유사한 건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건물이 춘이제는 아니지만 같은 펑쩌위안 구역에 위치한 ‘쥐샹슈우(菊香書屋)’라고 관측한 이들도 있다.

중국 시사 평론가 원자오(文昭)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이 판첸 라마를 춘이제에서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원자오는 “2005년 당시 총서기 후진타오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 티베트홀에서 판첸 라마를 접견했고, 시진핑도 2015년 판첸 라마와 중난하이에서 만났지만, 이번처럼 춘이제에서 만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시진핑이 일반적인 외빈 접견 장소인 댜오위타이 국빈관이나 총서기 집무공간인 잉타이 대신 춘이제를 택했다는 것은 그의 집무실이 펑쩌위안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집무실 이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시진핑이 일종의 감시 혹은 이동 제한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시진핑-루카셴코, 시진핑-판첸 라마의 회담 참석자들의 차이도 눈길을 끈다.

시진핑-루카셴코 회담 때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동석했지만, 시진핑의 최측근이자 각종 회동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비서실장’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차이치 서기는 지난 5월 시진핑의 허난성 시찰 때도 수행하지 않아, ‘시진핑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에 비하면 한층 위상이 낮은 판첸 라마와의 6일 접견 때는 차이치뿐만 아니라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王滬寧) 정협 부주석까지 참석했다. 이에 외부의 미심쩍어하는 시선을 무마하기 위한 ‘과한 연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외 시사평론가 차이셴쿤(蔡慎坤)은 X를 통해 “시진핑이 루카셴코를 만날 때 차이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자마자, 왕후닝과 차이치가 급히 ‘가짜 판첸’ 접견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 판첸 라마가 중국 공산당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다며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시진핑을 ‘알현’하도록 연출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