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독일 침투한 中 스파이…간첩 의혹에 ‘스타’ 중국계 교수 해고

2025년 05월 16일 오후 4:22

학계 유명인사 중국계 교수, 중국 공산당과 관련성 의혹 제기돼
장기간 독일 군사기술 수집…독일 국적 피고인 3명도 간첩 혐의 재판

중국 공산당의 간첩 공작이 독일 군사기술과 학계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독일 검찰은 최근 중국 공산당(중공)을 위해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독일 국적자 3명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고, 독일 항공우주센터(DLR)는 중공과 연계된 간첩 활동 의혹을 이유로 저명한 화교 교수 한 명을 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각)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에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헤르비히(73)·이나(69) 부부와 토마스(60)다. 세 사람은 이름만 공개되고 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2023년 체포됐으며, 같은 해 10월 헤르비히와 이나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주범 격인 토마스는 여전히 구금 상태다.

독일 연방검찰은 이들이 2017년부터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장기간 독일의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특히 해군 관련 기술, 즉 선박 엔진, 소나 시스템, 장갑차 추진 기술, 군용 드론 등이 그 대상이었다.

앞서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올해 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스파이가 유럽 전역에 퍼져 있으며, 중국의 첩보망은 이미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계 여성 교수, 中 간첩 활동 연루”…항공우주센터 해고

독일 매체에 따르면, 이와는 별개로 뮌헨공과대학교의 저명한 화교 교수도 간첩 혐의로 독일 항공우주센터에서 해고됐다.

‘Z’로만 알려진 이 교수는 독일 학계에서 손꼽히는 저명 인사로,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의 강연장은 만석을 이뤘고, 여러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독일 내 논문 인용 횟수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독일 항공우주센터와의 관계가 조용히 종료됐다. 이후 Z 교수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뮌헨 노동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초 출석해 진술했다.

탐사보도 매체 코렉티브(CORRECTIV)에 따르면, 독일 항공우주센터가 Z 교수를 해고한 배경에는 간첩 활동 의혹이 있었다. 조사 결과, Z 교수는 중국 군사기관 내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뮌헨에서 중공 군사기관 출신 박사 및 연구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조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뮌헨에서의 연구 결과가 중국 군사기술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Z 교수가 협력한 일부 연구 기관은 중공의 악명 높은 위성 감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위성 계획의 목적 중 하나가 중국 해역의 선박 활동 감시이며, 이는 대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한다.

노트북 도난 사건으로 시작된 의혹…독일 항공우주센터 “계정 차단”

이 사건의 단초는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Z 교수는 당시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감지기 데이터를 이용한 지구 관측’ 세미나에 참석하고 귀국 전 3일간 휴가를 계획했으나, 일정 초반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Z 교수는 이후 “9월 6일 시안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방을 도난당했고, 안에 있던 노트북, 휴대폰, 카드, 여권, 독일 거류증 등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행선지가 어그러졌고, 중국 내 행정 절차를 거쳐 여권과 비자를 다시 발급받아 독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Z교수의 출장과 ‘노트북 분실’ 사건을 예의주시했다. 그동안 여러 사례에서 민감한 데이터의 분실 또는 ‘노트북 도난’이 스파이 사건과 연계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녀의 내부 계정은 즉시 차단됐다.

하지만 같은 달 10일, 당시 독일 항공우주센터 책임자가 직접 계정 해제를 요청했다. Z 교수는 “공항 외부에서 짐을 정리하던 중 가방이 사라졌다”고 해명했으며, 노트북에 저장된 자료는 “일상적인 문서나 발표 자료, 민감하지 않은 위성 데이터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9월 23일 베이징에서 독일로 돌아온 그녀의 계정은 복구됐으나, 노트북 분실 사건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2022년 해고, 2025년 합의…공식 발표와 내부 보고는 달랐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2022년 Z 교수를 해고했으며, 출입도 금지시켰다. 당시 그녀는 10년 이상 재직 중이었다. 해고에 반발한 Z 교수는 부당 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약 3년간의 갈등 끝에 2025년 2월 양측은 합의에 도달했다.

공식 발표문은 “상호 신뢰와 동의에 따른 협력 종료”라고 밝혔지만, 독일 항공우주센터가 노조에 제출한 문건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문건에서는 “Z 교수는 고의로 기관 내 정보를 수집했으며, 타인과 공모해 이를 무단으로 제3자 또는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Z 교수가 다룬 보안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대 출신, 민감 데이터 이관… “과학 협력 가장한 간첩 활동”

Z 교수는 중공 중앙군사위원회 산하의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 출신으로, 학계 진입 전부터 군사 배경이 있었다. 그녀는 이를 입사 당시 신고했으며, 이력서에 학사 과정 생략은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Z 교수가 고의로 민감한 위성 데이터를 취득해 외부 서버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17년 그녀는 과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일 TerraSAR-X 위성 데이터를 열람할 자격을 얻었는데, 이는 국방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고기밀 자료였다. 이 데이터는 국경 감시, 군 배치 등 다양한 군사 목적에 쓰인다.

이 데이터는 보안이 취약한 뮌헨공과대학 내 서버로 대량 이전됐고, 이 서버는 2022년 5월 해킹 피해를 입었다.

해킹 이유는 서버가 불법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모든 저장 데이터를 외부인이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Z 교수는 이 보안 사고를 DLR에 보고하지 않았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이를 단순한 누락이 아닌, 의도적 은폐이자 간첩 행위로 간주했다.

CSC 장학생, 승인 없는 중국인 채용…수상한 인맥 확산

Z 교수 주변 인물도 주목받고 있다. 함께 일했던 방문학자 W와 그녀의 남편은 DLR 회의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혐의로 해고됐고, 문제의 해킹당한 서버는 바로 W가 관리하던 것이었다.

또한 Z 교수는 중공 군사기관과 연계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을 채용하기 위해 DLR의 보안 심사를 우회하거나, 승인 없이 중국인 박사과정을 지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가 끌어들인 연구원들 중 다수가 중공 정부가 후원하는 중국장학위원회(CSC) 장학금 수혜자였으며, 독일 정보당국은 중국 장학위원회를 단순한 학비 지원이 아니라 첩보 활동 연루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다.

한편 Z 교수는 자신이 다루지 않던 양자컴퓨팅 분야에 강하게 관여하려 했으며, 독일 항공우주센터를 대표해 해당 분야의 리더 회의에 참석하려는 시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코렉티브에 따르면, 독일 노동부는 Z 교수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동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형사 조사 여부는 연방검찰의 소관이다. 연방검찰이 자체 조사에 나서거나 주 검찰청에 이첩해야만 형사 수사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Z 교수는 형사 입건되지 않았지만, 독일 보안기관은 여전히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녀의 중국어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