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 내일 개막…미중·한미 양자회담 주목

2025년 05월 14일 오전 9:38

21개국 통상장관·국제기구 고위급 집결…무역원활화 등 의제 논의
미중 관세 인하 후속 협의 가능성…한미 ‘줄라이 패키지’ 협상 ‘분수령’

제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유행 속에 원활한 무역을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중, 한미 간의 고위급 양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오는 15∼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에 21개 회원국 통상장관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대거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이틀간 무역 원활화를 위한 혁신,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 3개 의제를 놓고 세션별 토의를 이어간다.

미국 측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 리청강(李成鋼)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로 나선다. 다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별도로 제주를 방문해 그리어 대표와 양자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회의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통상 관련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기적으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열려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 통상 수장이 대거 모이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회의장 밖에서 미중, 한미, 한중, 한일, 미일 등 다양한 조합의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무역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미 정부 당국자들 | 연합뉴스

우선 지난 12일(현지시간) 전격 합의를 도출한 미국과 중국의 ‘제네바 협상’ 주역인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부부장이 모두 제주를 찾아 얼굴을 맞댈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제주에서 미중 양자회담을 통해 양측이 추가 관세 인하나 수출통제 등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P) 내리기로 합의하고 대중, 대미 관세를 각각 30%, 10%로 낮추기로 했다.

전날(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와 관련해 양국이 긴장을 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게 됐다며 향후 논의를 위한 ‘매우 좋은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중 간 논의에 한계가 있냐는 물음에 “모든 게 논의 대상”이라고 말해 추가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통상 수장 간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높다.

지난달 워싱턴 ‘2+2’ 통상 협의 이후 실무선에서 관세 등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한미 통상 당국은 현재 관세·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제를 좁혀가며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 일본 등 18개 주요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병행하는 등 물리적인 여건으로 협의에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면담 | 연합뉴스

이번 제주 회의를 통해 고위급 양자회담 기회가 마련되는 만큼, 7월 8일을 시한으로 협의 중인 ‘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한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제주에서 그리어 대표와 안덕근 장관 간의 양자회담이 진행될 경우 한국은 미국 측에 조선, 에너지 등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하면서 25% 상호관세의 면제와 자동차, 반도체 등에 부과되는 관세를 낮추기 위해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달 들어 영국과 첫 무역 합의를 이룬 데 이어 난제로 여겨지던 중국과의 협상을 타결 짓는 등 적극적인 협상 기조를 보이고 있어 한미 통상 협의 결과도 주목된다.

베선트 장관은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한국은 정부 교체기이지만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매우 좋은 제안을 갖고 왔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한국이 기존에 제안한 조선 등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미국이 밝혀왔던 긍정적 평가를 재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한국의 에너지, 산업 등 협력 제안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통상 당국은 6월 대통령 선거 등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한미 통상 협의를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이 각국과의 협상을 속속 타결하며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어 제주에서 한미 간 관세 등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