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中 견제 지지 조건으로 韓과 조선 협력” 한국 정부 관계자

2025년 07월 14일 오후 5:08
2022년 9월 29일 대한민국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 포착된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 South Korean Defense Ministry via Getty Images2022년 9월 29일 대한민국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 포착된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 South Korean Defense Ministry via Getty Images

미국이 조선 분야에서의 한미 양국 협력 조건으로 중국 견제 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11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관세 협상 전략 관련 포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을 맡고 있는 장성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기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조선 협력의 전제 조건은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국회에 이같이 설명했다.

장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상 국면에서 나왔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미국의 관세 면제 또는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협상은 더욱 긴박해졌다. 해당 조치는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위산업과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이 통상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선업, 전략적 최전선으로 부각

장 국장에 따르면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중국 조선산업의 급격한 성장을 미국과 동맹국들의 산업·군사 역량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을 압도하고 있으며 양국 간 조선 능력 격차는 약 2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해군은 함정 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장 국장은 “미국은 한국을 ‘자국 산업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직후부터 한국과 양자 간 조선 협력에 강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현재 탄핵으로 퇴임)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이 보유한 군함 설계·수리·정비 분야의 기술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미국 해군의 정비 및 개량 계약을 한국 등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 외주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해양 패권을 되찾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선 동맹의 필요성

미국은 한때 세계 조선산업을 주도했던 국가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에는 전 세계 해군 및 상선 선박 대부분을 미국이 건조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연방 정부의 보조금 철회로 인해 미국 조선산업은 급격한 쇠퇴를 겪었다.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 조선소는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정부 보조금 수혜 경쟁자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인건비 및 원자재 비용 상승, 수주 물량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조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졌다. 그 결과 산업 기반은 크게 축소됐고 대규모 일자리 손실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은 1980~90년대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중국은 2000년대 이후 공산당 주도의 산업·지정학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정부 투자를 통해 조선 경쟁력을 키웠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조선 수주의 약 50%를 차지하며 규모와 물량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친환경 선박, 고급 군함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선박 수주를 꾸준히 따내며 미국이 해군력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