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부산에서의 24시간-광안대교부터 불고기까지 즐기는 완벽한 하루

2025년 05월 06일 오전 8:14

사람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대부분은 거대한 수도 서울(Seoul)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 잡은 부산 역시 ‘소울(soul·영혼)’을 지닌 도시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한때 여긴 그저 작은 어촌이었어요.” 최근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한 가이드가 내게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과 1953년 정전 이후 많은 사람이 휴전선과 비무장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대거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여긴 38선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죠.”

오늘날 부산은 활황의 도시다. 약 4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드라마틱한 지형 속에 분포돼 있으며 반짝이는 초고층 빌딩들이 산비탈을 따라 솟아오르고 곡선을 이루는 해안선을 따라 도시가 감싸듯 펼쳐져 있다.

나는 지금까지 부산을 세 번 찾았는데 매번 뱃길로 도착했다. 이 도시의 화려한 경관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바다로 오게 되면 푸른 만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고가의 다리들, 그리고 그 배경을 이루는 미래 도시 같은 스카이라인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엔 너무나 많은 매력을 지닌 도시지만 이 아름다운 부산에서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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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에 관한 단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물가(物價)를 마주칠 때 충격받지 마시길. 사소한 물건들조차 ‘수천’이란 가격대일 수 있지만 미국 돈 1 달러로 한국돈 1400원으로 환전된다는 사실을 알면 도움이 된다. 맥도날드의 콜라와 감자가 포함되는 빅맥 밀조차 7400원인데 이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5달러 29센트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미국 내 빅맥 밀의 평균 가격은 8~10달러다. 부산 어디서든 환전은 환영받았다. 해당 지역 화폐를 출금하는 데 가장 편리한 시스템인 ATM은 종종 제한이 걸리지만 신용카드는 한국 어디에서나 널리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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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착

많은 방문객이 필자처럼 크루즈선을 통해 부산을 찾지만 항공편을 이용하는 이들은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하게 된다. 1970년대에 처음 문을 연 이 공항은 이후 신축 터미널이 추가됐으며 현재 활주로는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따라 인근 가덕도에 새로운 공항이 건설될 예정이지만 개항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김해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은 대부분 국내선 또는 아시아 지역 노선으로 도쿄, 방콕, 홍콩, 그리고 서울 등 주요 도시로의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북미에서 오는 여행객이라면 환승을 하기도 한다.

김해공항은 부산 도심 북서쪽에 위치하며 고속도로와 잘 연결돼 있다. 라이드쉐어(공유승차) 서비스와 택시 모두 편리하고 간편한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 택시를 이용하면 약 45분 만에 서면 등 부산 중심 지역에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대략 12~13달러(약 1만6800~1만8200원) 수준이다. 또한 김해공항은 경전철을 통해 부산 도시철도망과 연결돼 있어 저렴하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요금은 목적지에 따라 달라지며 하루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일일 패스는 온라인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단 6000원, 약 4달러에 불과하다.

아침 일정

광활하고 기복이 심한 이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부산타워’가 제격이다. 공항에서 부산타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약 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하철역에서 언덕 위로 이어지는 길은 편리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접근이 수월하다. 도로를 이용할 경우 약 10마일(약 16km) 거리이며 최소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교통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부산타워는 방송용이 아닌 전망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방문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정상에 위치한 박물관에서는 인터랙티브 전시와 사진 등을 즐길 수 있다.⎟35007/Getty Images

1973년에 건립된 부산타워는 아마도 부산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랜드마크일 것이다. 도시의 상징인 이 타워는 하늘을 향해 약 400피트(약 122m) 높이로 솟아 있다. 만약 부산타워에 갔다가 입구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 긴 비행 후 움츠린 몸을 풀 겸 ‘용의 머리’라 불리는 용두산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활력을 되찾는 것도 좋다. 공원 내에는 몇 개의 박물관을 비롯해 꽃시계, 의식용 종, 동상, 불교 사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 전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주변은 푸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다리들로 연결된 땅의 지형이 혀처럼 뻗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가장 크고 바쁜 항만의 분주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 다음에는 언덕을 천천히 내려가 자갈치시장으로 향하자. 오전 중반은 이곳을 방문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이다. 어획물이 여전히 싱싱하면서도 정오 무렵의 혼잡이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갈치시장은 한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산시장일 것이다. 유리 외관의 해안가 건물 안에는 수많은 좌판이 들어서 있으며 이들은 주변 거리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돼 있다.

물론 여행 가방에 문어 한 마리나 대게를 넣어가려는 건 아닐 테지만 이곳은 늦은 아침이나 이른 점심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먼저 시장의 활기찬 풍경과 소리를 만끽하며 북적이는 통로를 거닐어보자. 그런 다음 마음에 드는 해산물을 판매하는 상인을 찾아 원하는 것을 고른다. 상인은 해산물을 무게로 재고 포장해 준 뒤 현장에 마련된 식당까지 함께 가준다. 식당에서는 조리사가 밥과 김치를 곁들여 구이든 회든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해 서빙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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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관한 참고 사항

한국어는 쉽지 않다. 한국어는 7500만 명에서 8000만 명 사이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한국어는 서구인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복잡한 문법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부산에서는 많은 사람, 특히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이 영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격식 없고 친근한 ‘hello’와 같은 뜻을 가진 ‘안녕’을 포함한 몇 문장 정도는 익혀두면 소통이 훨씬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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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시장은 부산 항구의 남포항에 위치한 한국 최대 수산시장이다.⎟ stefangde/Shutterstock

오후

근처 거리를 좀 더 걸으며 시간을 보내자. 그곳에는 더 많은 상점과 좌판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 몇 블록만 가면 국제시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한다. 영어로 ‘international’란 뜻의 ‘Gukje’는 한국전쟁 직후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수입하거나 밀수한 물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생각해 보라. 모자, 신발, 바지, 티셔츠부터 시작해, 식기류, 장롱, 수건, 매트, 주전자, 열쇠고리, 봉제 인형까지.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있다. 이곳의 화려한 혼잡 속에서 너무 많은 질서를 찾으려 하지 말자. 그저 보행자 전용 거리와 골목을 헤매며 길을 잃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그중 일부는 길게 뻗은 아치형 유리천장으로 덮여 있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제품을 팔거나 수입 혹은 밀수하면서 형성됐으며 현재는 부산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aaron choi/Shutterstock

이제 도시의 반대편으로 향하자. 내가 최근 방문했을 때 가이드가 예전에 이 같은 여행에 1시간 30분 걸렸다고 회상했다. 현대적인 개선 덕분에 이제 그 시간이 절반 이하로 단축됐다. 물론 지하철로도 갈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은 도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부산의 일곱 개 다리 때문이다. 모든 다리를 건너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광안대교(또는 다이아몬드 브리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광안대교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로, 7km가 넘는 길이를 자랑하는 현수교다. 이 다리를 건너는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다. 한쪽은 푸른 바다, 다른 한쪽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다리를 건너는 내내 마치 해안에서 해안으로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이 다리가 바로 해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해운대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변 중 하나로, 거의 1마일(약 1.6km)에 걸쳐 펼쳐진 모래사장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매년 약 10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높다. 같은 이름을 가진 해운대 구역은 부산에서 가장 역사적인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길이 4.6마일(약 7.4km)에 달하는 광안대교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로 부산의 해운대구와 수영구를 연결한다.⎟ Christopher Lee/Unsplash
하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해운대 해변은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다.⎟Minku Kang/Unsplash

수영복을 챙겨왔다면 지금이 얕은 바닷물에 잠깐 몸을 담그기에 완벽한 순간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신발과 양말을 벗고 햇살에 데워진 모래를 맨발로 느껴보자. 그런 다음 발을 닦고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자. 아직도 보고, 할 일, 먹을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슬슬 배가 고파졌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해변을 따라 이어진 그늘진 보드워크를 산책하며 식욕을 돋워보자. 좀 더 여유가 있다면 걸어서 혹은 짧은 버스 이동으로 인근의 블루라인파크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도착하면 반드시 ‘스카이캡슐’을 타볼 것. 형형색색의 밝고 즐거운 분위기의 이 열차형 캡슐은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고가철로 위를 달리며, 최대 30피트(약 9m) 높이까지 올라간다. 짧지만 사진 찍기 좋은, 흥미롭고 유쾌한 여행이다.

스카이캡슐은 부산 해안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이 아담한 모노레일 캡슐은 한 대당 최대 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İrem Çilingir/Pexels

저녁

이제 진짜 현지 스타일의 저녁을 즐길 시간이다. 한국식 바비큐, 즉 불고기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운대에는 그 맛과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식당들이 모여 있다.

어디를 가도 만족스럽겠지만 예를 들어 ‘쇼미더고기(Show Me the Gogi)’는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맛이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테이블 중앙의 공유 그릴 위에 갈비와 양념 소고기 조각을 올려 가며 서로 번갈아가며 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공되는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면 된다. 이곳에서 배고픈 채 나오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불고기는 얇게 저민 소고기를 양념해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전통적인 한국식 바비큐 요리다. 양념에는 일반적으로 간장, 설탕, 참기름, 마늘, 그리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배나 사과 퓨레가 들어간다.⎟bit mechanic/Shutterstock

그렇게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면 다행이다. 아직 하루를 마무리할 마지막 순서이자 장대한 볼거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낮에 도시를 위에서 조망했다면 이제는 아래에서 바라볼 차례다.

하루의 대미는 수영강 유람선으로 장식하자. 인근 공원에서 배에 승선해 석양 혹은 야경이 어우러진 항해를 떠날 수 있다. 작은 유람선은 먼저 승객들을 태우고 강 상류로 향하는데, 강 위에서 올려다보는 도시의 불빛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후 배는 하류로 내려가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게 된다. 숨을 고른 순간 환상적인 마지막 쇼가 펼쳐지며 밤하늘이 밝아진다. 불꽃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밤 시간대 유람선에는 매번 불꽃놀이가 포함돼 있다. 어두운 바다 위로 터지는 찬란한 빛의 향연을 감상하며 부산에서의 바쁘고도 풍성했던 하루의 추억을 되새기고 즐길 수 있다.

부산 에어크루즈는 탑승 시간 약 15~20분 정도이고 케이블카는 해수면에서 최대 약 280피트(약 85m) 높이까지 올라간다. 투명한 바닥으로 짜릿한 경험을 선사하는 ‘크리스탈 크루즈’ 옵션도 마련돼 있다.⎟chuck hsu/Shutterstock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