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하늘에 간 엄마를 데려와 주세요”…경력 50년 프로 산타의 대답

앨런 스타인
2025년 12월 18일 오후 2:55

산타 학교 교장이 말하는 산타의 조건
“진짜 수염 그리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진심”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쇼핑몰뿐 아니라 기업 행사, 지역 축제마다 산타클로스를 찾는 수요가 집중돼 한 해 수천 명이 활동하고 산타 협회와 학교까지 운영 중이다./em>

지난해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 팀 코너핸의 무릎에 앉은 한 소년이 산타에게 특별한 소원을 말했다. “하늘나라에 간 엄마를 다시 데려와 주세요.”

코너핸은 잠시 고민한 뒤 소년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산타는 장난감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 그래도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 줄 수는 있단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산타 역할이 항상 즐겁고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코너핸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전문적인 산타가 되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며, 때로는 ‘마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산타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활약한다. 코너핸은 지난 23년간 ‘스쿨포산타(School4Santas)’를 운영하며 매년 수십 명씩, 지금까지 5천 명 이상의 산타를 배출해 ‘국제 산타클로스 학교 교장’으로 불린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쿨포산타’ 교실에서 팀 코너핸이 교단에 선 가운데 빨간 모자를 쓴 수강생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23년간 수천 명의 산타를 배출했다. | 앨런 스타인/에포크 타임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쇼핑몰은 산타의 무대가 되고, 기업 파티와 각종 행사도 산타의 활약으로 가득 찬다. 프로페셔널 산타들에게는 수입이 집중되는 시기다. 하지만 코너핸의 수업은 봄부터 시작된다.

지난 5월 3일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열린 올해 첫 수업 현장에는 애리조나·캘리포니아·아이다호·유타주 등지에서 모인 20여 명의 현직 산타와 예비 산타가 참석했다.

코너핸은 긴 수염에 빨간 의상을 입고 모여든 수강생들을 향해 “진짜 산타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라며 “아이들의 눈은 속일 수 없다”고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하루 종일 이어진 수업에서는 산타클로스의 역사적 기원부터 21세기 산타의 복장과 태도, 아이와 부모를 대하는 법까지 폭넓은 주제가 다뤄졌다. 시대에 따른 산타상의 변화도 소개됐다. 산타답게 ‘허허’ 웃는 실습도 진행됐다.

코너핸은 단기간에 많은 아이를 상대하려면 체력과 헌신적인 마음가짐,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돌발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어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산타는 일방적으로 말하는 존재가 아니므로, 서로 오가는 대화가 중요하다”며 “일종의 스타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평생 만날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76세인 코너핸은 매년 세계 곳곳을 돌며 산타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단순히 역할을 연기하는 법이 아니라, 보상이나 대가 없이 타인의 기쁨을 위해 헌신하는 ‘산타 정신(Kris Kringle·크리스 크링글)’을 온전히 체화하는 것이 목표다.

2025년 5월 3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현직 및 예비 산타들이 팀 코너핸(왼쪽)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앨런 스타인/에포크타임스

그의 산타 인생은 1969년 12월, 베트남전에서 복귀한 직후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기념 행사에서 한 병사가 빨간 모자를 쓰고 얼굴에 수염 대신 면도용 크림을 발라 분위기를 냈다. 이를 본 코너핸은 자신도 면도용 크림을 발라 산타 분장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코너핸은 50년 이상 ‘산타’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미 해병대의 크리스마스 자선 프로그램인 ‘토이스포토츠’(Toys for Tots)의 공식 산타를 맡고 있으며, 미국 산타클로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할리우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서 공식 산타로 활동했다.

그사이 ‘면도 크림’으로 만들어 붙였던 흰 수염은 진짜가 됐다. 현재 코너핸이 배출한 산타 학교 출신 프로페셔널 산타 10명 중 9명은 진짜 수염을 갖고 있으며, 평균 체중은 114kg으로 산타다운 풍채도 유지하고 있다. 수염 관리에는 컬링 고데기를 사용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는 최소 8천 명의 산타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연령은 63세, 최고령 현역 산타는 94세다.

2025년 5월 3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산타 수업에서 두 ​​명의 예비 산타가 아기 안는 연습을 하고 있다. | 앨런 스타인/에포크타임스

돈 받고 일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산타

세계 산타 네트워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프로페셔널 산타의 보수는 시간당 150~500달러 수준이다. 광고·상업 촬영이 포함되면 더 높아지며, 일부는 연간 6만 달러 이상을 벌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대면 행사가 취소됐지만, 대신 온라인 산타 활동이 증가했다. 산타 네트워크 측은 “산타를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너핸의 교실에는 아내 줄리와 동반 참석한 제프 브로바(60)도 있었다. 지난 3년간 개인 행사와 각종 이벤트에서 산타로 활동해 온 브로바는 제대로 된 산타가 되기 위해 이번 수업에 참석했다고 했다. 아내 역시 ‘미세스 클로스’로 함께 활동한다.

브로바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의미를 나누는 일이 좋다”고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때로는 수염을 잡아당기는 아이도 있었는데, 한번은 부모가 시키기도 했다”며 자신의 수염이 반년 이상 기른 ‘진품’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수강생 앨런 콘웰(56)은 “산타 경력이 있지만, 수업을 통해 다시 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진짜 수염 산타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중병으로 위독했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염을 기른 것이 산타가 된 계기”라고 했다.

콘웰은 “다른 산타가 나에게 ‘당신도 산타가 될 수 있다’고 권했고, 가족을 위해 결심했다”며 “산타가 되고 나서는 미처 몰랐던 보람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 시대일수록 산타가 전하는 메시지는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 국내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 ‘울면 안 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번안곡)’의 영향으로 산타를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코너핸은 산타를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를 가르는 심판자’가 아니라 조건 없이 베푸는 존재로 보며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기사 본문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스쿨포산타 교재와 산타 관련 강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대에 따른 산타상의 변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