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동남아 국가들, 시진핑 구애에도 불구 中의 ‘반미동맹’ 제안 거부

2025년 05월 03일 오후 2:17

베이징의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는 경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교류와 약속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직접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그러나 미국의 강화된 무역 정책에 맞서 이들 국가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려는 중국공산당(CCP)의 노력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2025년 4월 1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시진핑의 올해 첫 해외 순방에서 중국은 방문한 각 국가와 수십 개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중 많은 것은 인프라, 인공지능(AI), 농업, 무역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자는 양해각서였다.

한편, 동남아시아 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에 3개월 유예를 선언한 후 워싱턴과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체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 애쓰고 있는데, 동시에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려는 중국 제조업체들에게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과 원자재를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에 판매하고, 이를 다시 환적(transshipment)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미국에 재판매한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무역 규모는 2024년 4768억 달러(약667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미국의 수출은 1246억 달러(약 170조원)를 차지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같은 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 무역 규모는 9823억 달러(약 1,375조원)로 증가했다. 2월에 발표된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보고서는 중국의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계속 증가한 반면,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의 규모는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워싱턴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 이후 급증한 환적 문제를 지적해 왔다. 이 문제는 미국산 상품의 수입 증가와 함께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미동맹 가능성 낮아

대만의 난화대학 국제문제경영학과 교수인 선쿠오시앙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에 중국공산당의 외교적 접촉이 이웃 국가들을 설득해 미국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중국을 동남아시아의 지배적 세력으로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처음에 각각 46%, 24%, 49%로 책정되었으나, 4월 9일 전 세계 공통 세율인 10%로 인하되었다.

2025년 4월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무역정책 발표 중 차트를 들고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Chip Somodevilla/Getty Images

4월 17일 기자회견에서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의 순방이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할 기회라고 말했다.

시진핑이 방문국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지만, 선 교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핵심 국가 이익”에 기반하여 “중국과 거리를 유지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을 채택하기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베이징의 “일종의 반미동맹” 창출 시도가 성과를 맺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시장에 더 큰 가치를 두며, 따라서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선은 말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각국은 지나치게 친중국적으로 보이는 것이 미국의 제재를 초래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며, “그들은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목표를 돕기 위해 자신들의 경제적 협상 능력을 희생할 의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중국의 ‘생산지 세탁’ 단속

시진핑이 방문한 국가들은 미국에 관한 중국공산당의 비난을 반복하는 데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시진핑 순방의 마지막 날인 4월 18일, 베트남 팜민친 총리는 자국과 미국의 “독특한 유대”를 강조하며, 하노이가 세금을 낮추고 미국 상품 수입을 늘림으로써 “미국의 우려를 대체로 해소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 웹사이트 게시문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과의 논의와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베트남 무역부 지침에 따르면, 하노이는 관리들에게 환적 또는 유사한 형태의 ‘무역 사기’를 단속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러한 관행이 “타국이 외국 상품에 적용하는 제재를 피하기 위한” 베트남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지침은 중국이나 미국을 명시적으로 지명하지 않았지만, 4월 22일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수입품은 거의 40%가 중국에서 오며 워싱턴은 베이징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를 환적 허브로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지침은 시진핑이 베트남에서 말레이시아로 떠난 날인 4월 15일 자로 되어 있다.

블룸버그는 4월 18일 기사에서 베트남이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정책과 관련, 미국에 먼저 접촉한 국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공산당 서기장 토람은 베트남에 대한 46%의 상호관세와 10%의 보편관세가 발표된 지 이틀 후인 4월 4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무역에 대해 논의했다.

2025년 4월 3일 베트남 호찌민시 최대 의류 및 섬유 도매 시장인 탄빈 시장에서 상인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Thanh Hue/Getty Images

베트남은 많은 서방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중국산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과의 무역 흑자는 1230억 달러(약 172조원)였다. 한편, 2025년 첫 3개월 동안 하노이는 미국 구매자들에게 314억 달러(약 44조원)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같은 기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수입액은 300억 달러(약 42조원)였다.

베트남보다 공산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캄보디아도 중국 상품의 환적을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캄보디아의 중국어 매체인 캄보디아 차이나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시진핑의 중국 귀환 직후 개정된 규정을 발표하여, 캄보디아가 중국 상품의 ‘생산 세탁 허브’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를 마련했다.

4월 16일, 캄보디아의 선 찬톨 부총리는 대표단과 함께 화상 회의를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와 첫 무역 회담을 가졌다. 캄보디아는 새로 마련한 환적 규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이 캄보디아에 부과한 49%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추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균형 잡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생산자들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는 것을 돕는다는 이유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도 비판해 왔다.

캄보디아와 중국 간 협력과 관련하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그와 시진핑이 회담 중 발표한 “전천후 유대”는 평등과 상호 이익에 기반한 것이며, 캄보디아가 베이징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또는 “주권을 상실했다”는 주장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훈 마넷은 최근 개장한 리엄 해군기지가 중국의 지원으로 현대화되었고 시진핑의 방문 이후 두 국가가 합동 군사 훈련을 시작했지만, 이 기지는 중국의 독점적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4월 19일, 두 척의 일본 군함이 이 항구에 정박했으며, 이는 그곳에 정박한 최초의 외국 선박이 되었다. 훈 총리는 베트남, 러시아, 미국 및 다른 국가들의 선박도 그곳에 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4%의 관세율에 직면한 말레이시아도 4월 25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무역 전쟁의 압력에 맞선 동남아시아 국가 간의 통합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중국공산당 정치군사 전략 전문가 황쭝팅은 프랑스 국제 라디오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가 중국 상품의 환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이들 국가가 중국 원자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및 무역 관계에서 “미국에 의존하기로” 선택했지만, 황은 워싱턴이 이 지역이 더 이상 중국 편에 서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시사 평론가인 탕징위안은 에포크타임스에 베이징과 세 동남아시아 국가 간에 체결된 대부분의 협정이 철도와 AI 기술 수출과 같은 중국공산당의 일방적 양보였으며, 관계가 유의미하게 심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시진핑은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중단된 댐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4월 21일, 시진핑의 순방 이후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어떤 당사자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협상을 타결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유화 정책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고, 타협은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해치는 무역 협정을 맺을 경우, “중국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단호히 상호적인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대만 교수인 선쿠오시앙은 4월 22일 에포크타임스의 자매 방송인 NTD 뉴스 프로그램에서 중국공산당은 “신뢰와 매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징벌적 관세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이다. 이는 중국이 국제적 지지를 끌어모으는 능력이 실제 힘 앞에서 얼마나 약해지는지를 반영한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