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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랜드마크 ‘광저우 써클’ 헐값 매물로…보름간 입찰자 0명

2025년 11월 14일 오후 5:13
광저우 써클. 중국의 기괴한 건물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오르는 건물의 하나다. | 신화망/연합광저우 써클. 중국의 기괴한 건물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오르는 건물의 하나다. | 신화망/연합

세계 최대 원형 건물… “기괴하다” 비판도
경제 고도성장기 상징물, 소유기업 파산으로 경매에

광저우의 이색 랜드마크로 불리는 ‘광저우 써클 빌딩’이 경매에 올라간 지 보름이 지났지만, 단 한 명의 응찰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중국 네티즌들에게서 ‘기괴한 건물’로 지목되면서도 중국 경제 고도 성장기의 상징물로 여겨졌으나, 성장 둔화가 장기화된 지금은 경매 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저우 써클 빌딩은 지난 10월 말부터 중국 알리바바의 법원 경매 플랫폼에 13억6천만 위안(약 2790억 원)의 시작가로 올라왔다. 감정가(17억 위안)의 80%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11일 오후 기준 등록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해당 물건에는 토지 사용권 2건, 부동산 3건, 고정 자산 등이 포함돼 있으며, 핵심 자산은 광저우 써클 빌딩이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약 1억4천만 위안(약 140억 원)의 보증금을 납부한 뒤 11일 오후 6시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경매 물건 조회 수는 2만 회를 넘겼지만, 실제 응찰자는 없었다. 알리바바 측은 “마감 시한까지 응찰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경매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잠재적 인수 문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이번 매각 배경에는 이 건물을 사옥으로 세웠던 중국 에너지·화학기업 ‘훙다싱예(鴻達興業) 그룹’의 파산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남방도시보는 훙다싱예가 2022년부터 부채 부담이 급격히 악화돼 광저우 써클 빌딩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했으며, 2023년 2월 사실상 경영이 중단돼 파산 청산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8월 첫 번째 투자자 모색에 나섰지만, 당시 시작가인 55억 8천900만 위안(약 1조1400억 원)에는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법원이 훙다 그룹의 파산을 공식 결정하면서 광저우 써클 빌딩은 올해 11월 세 번째 경매 절차를 맞게 됐다.

광저우 써클 빌딩은 2010년 착공해 2015년 완공된 초고급 업무·상업 복합 건물로, 이탈리아 건축가 조셉 디 파스칼레가 설계했다. 광저우 바이거탄 경제권 남쪽 끝에 위치하며, 높이 138m, 외곽 원 직경 146.6m, 내부 원 직경 47m의 독특한 고리형 구조로 지어졌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 건물”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금빛 외관은 고대 중국 동전을 연상시키고, 건물 옆을 흐르는 주장(珠江)에 비친 반영과 함께 보면 숫자 ‘8’ 형태가 만들어져 ‘재물이 모인다’는 상징을 강조했다.

대중 평가는 엇갈렸다. 도시의 번영과 자본의 활력을 상징하는 초대형 랜드마크라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으나, 주변 경관과 동떨어진 과한 디자인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동안 ‘이상하게 생긴 건물’ 투표 상위권에 올라 논란이 됐다.

한편, 중국 경제 고도성장의 상징물로 완공됐던 광저우 써클이 모회사 부채 부담에 밀려 헐값 매물로 나왔지만 그마저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 하락과 투자 심리 위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광저우 써클의 경매 부진은 단순한 기업 파산 문제가 아니라, 중국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전반적으로 재평가되는 흐름”이라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둔화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