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보 지지자는 쓰레기’ 발언 논란에 해리스 진땀, 바이든과 선 긋기

강우찬
2024년 10월 31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4년 10월 31일 오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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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 유권자 양극화 와중에 돌출 ‘혐오’ 발언
해리스 “당선되면 내게 표 안 준 사람도 대변할 것”
트럼프는 해리스와 바이든 엮기…“그들은 진심”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쓰레기 발언’ 논란에 민주 공화 양측 후보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는 쓰레기’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관해 질문받자 “나는 누구에게 투표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하는 일은 나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겠다. 진심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29일) 바이든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최근) 트럼프 지지 유세에서 한 찬조 연사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해 ‘혐오 발언’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발언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그때 언급한 것은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를 향해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을 가리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서 지지 후보에 따라 유권자들의 갈등이 과격해진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 유권자 절반을 적으로 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리킨 ‘트럼프 찬조 연사’는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다. 힌치클리프는 27일 트럼프의 뉴욕 유세에 연사로 등장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해당 코미디언의 발언이 트럼프 후보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막판 트럼프의 상승세로 위기감이 감돌았던 해리스 캠프와 진보 진영 매체에서는 이를 역공 기회로 삼고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던 참이었다.

뉴욕타임스, CNN 등 진보 매체는 코미디언의 발언을 두고 미국 내 600만 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들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발끈했다며 트럼프를 몰아붙였다.

해리스 캠프는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들어 송출했다. 민주당 후원 단체는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모든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대량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내에서도 극좌 집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자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네오 나치”라는 극단적 용어로 비판을 주도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물음에 ‘트럼프 지지자야말로 쓰레기’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한 번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록키 마운트에서 열린 집회에서 바이든과 해리스를 연결시키려 노력했다.

트럼프는 ” 바이든은 마침내 자신과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 그(바이든)는 그들을 쓰레기라고 불렀다”며 그들은 진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와 카멀라에 대한 내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미국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미국을 이끌 수 없다”며 “미국인을 미워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까지, 민주당 인사들 수습 총력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30일 ABC 방송 아침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우리는 이 일에 모두 함께하고 있다”며 해리스 캠프가 특정 유권자들을 배척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즈 주지사는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티 이민자들 비난한 일을 언급하며 푸에르토리코 시민들도 비슷한 괴로움을 당하게 됐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2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샤피로 주지사는 “누군가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펜실베이니아 사람들이나 어떤 미국인도 그들을 모욕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차이점에 시선을 둬야 한다. 두 후보의 지지자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쓰레기 발언 논란을 촉발시킨 코미디언 힌치클리프는 월즈 주지사의 비판 반응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이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없다”며 “나는 푸에르토리코와 그곳에서의 휴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