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각한 중국에서 올해 국가공무원 시험(궈카오·國考) 응시자 수가 326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RFA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공무원 시험 공식 접수처인 ‘중국공직교육(中公敎育)’이 지난 24일 오후 5시 30분 마감한 중국의 2025년도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325만827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다시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모집 인원은 3만9700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응시자 수가 7% 늘어나면서 평균 경쟁률도 지난해 77 대 1에서 올해 83 대 1로 더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공무원 모집 인원을 2020년 2만4100명에서 2021년 2만5700명, 2022년 3만1200명, 2023년 3만9600명으로 해마다 늘려왔으나 올해는 전년보다 100명 늘어난 3만9700명만 뽑기로 했다.
현지 공무원 시험 학원 업계에서는 앞으로 모집 인원이 3만9500명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올해 신설된 중국직업교육학회 대외협력팀 담당자로 모집 인원 1명에 1만6702명이 지원했다. RFA에 따르면 주요 업무는 연간 대외 업무 계획 수립 및 고위층 해외 시찰 수행이다. 영어 통번역 능력과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외국을 자주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원 자격에 호적(거주지) 제한이 없어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모집 인원 미달인 곳도 있었다. 이 가운데 110명을 모집하는 말단 행정직은 대학시절 서부지역 봉사 경험 혹은 5년 이상 군복무, 중국 공산당원 혹은 공산주의 청년단 소속 등 까다로운 자격 요건이 지적됐다.
중국의 공무원 시험은 매년 10월 시험 일자를 발표하고 같은 달 10일간 인터넷으로 응시자를 모집해 서류 자격 심사를 거쳐 11월 말 시험을 치른다. 이듬해 1월 면접 후 1~2개월 이내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중국에서도 공무원은 IT기업, 대기업에 비해 보수가 낮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종으로 여겨진다. 경제 성장이 둔화한 이후 구직자들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도 치솟았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공무원 급여 삭감, 임금 체불 뉴스가 잇따르고 있으나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는 대학졸업예정자와 취준생들에게 공무원은 여전히 매력적인 직종이다.
전직 중국 공무원 두모씨는 RFA에 “중국 공무원들은 숨은 혜택들이 있으며, 부서 권한에 따라 혜택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두씨는 “법제연구소(사법부 산하 연구기관)은 실권이 거의 없는 부서이지만 법제 연구를 빙자해 정부 자금으로 실컷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행정직 적성검사 과목에 추가된 ‘정치이론’ 분야다. 공고에 따르면 “당의 혁신이론에 따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과목이다.
중국공직교육 고위 관계자는 지난 24일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해 공무원 시험 준비 요령을 설명하며 “정치이론 문제를 집중적으로 복습하면 더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두씨는 “시진핑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을 시험 범위에 추가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세뇌”라며 중국 당국이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에게 이념 주입을 종용하고 있다고 RFA에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