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진, ‘좀비 타운’ 논란…117층 세계 최고층 폐건물 기록도

강우찬
2024년 05월 31일 오후 3:11 업데이트: 2024년 05월 31일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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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직할시 톈진, 축구장 60개 규모 폐건물 촌

경제 침체로 중국에서 건설 도중 방치된 건물이 급증하는 가운데 세계에서 최고층 폐건물인 ‘톈진 117빌딩’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달 28일 톈진의 경제개발 지역 ‘빈하이신구’에서 대지면적 37만㎡ 규모의 지역이 부동산 개발 중단으로 방치돼 ‘좀비 타운’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은 톈진의 투자개발업체인 샤샹(厦翔)이 대규모 물류센터와 창고 단지를 건축해 150개 이상의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2011년 8월 착공 이후 지금까지 단 1개 업체도 입주하지 않았으며 공사 역시 미완공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톈진시 당국과의 토지 사용권 계약에 따라 이 물류 단지는 2016년 7월 말까지 건설이 완공됐어야 하지만, 2016년 이후 공사가 완전히 중단돼 착공 이후 현재까지 13년째 그대로 방치됐다.

중국 공산당 관영 중국중앙(CC)TV가 보도한 톈진시의 ‘좀비 타운’. 축구장 60개에 가까운 부지에 건설 중이던 건물들이 10년 이상 방치되면서 폐허로 변했다. | CCTV화면 캡처

톈진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의 하나다.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도시에 속하는 톈진의 경제개발 지역에 축구장 약 60개에 해당하는 거대한 폐건물촌(村)이 존재한다는 소식에 중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할당한 경제성장률 목표를 채워야 하는 지방정부와 일단 짓고 보자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개발산업의 폐해는 중국 전역에서 텅 빈 채 건물만 낡아가는 유령 도시, 폐건물촌, 혹은 좀비 타운 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연구기관인 이쥐(易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전국 폐건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폐건물 총면적은 2억 3,100만㎡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마저도 가장 낮춰 잡은 수치다.

중국의 폐건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톈진에 세워진 골딘 파이낸스 117빌딩이다.

골딘 금융 그룹의 사옥으로 건설된 이 117층 건물은 높이 596.5m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총투자액은 700억 위안(약 13조 3천억원)으로 2008년 처음 착공해 2017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골딘 금융 기업의 자금력이 약화되면서 2015년 공사가 완전히 중단돼 지금까지 미완성 상태에 머물고 있다.

골딘 금융 그룹은 공사를 계속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 고급 부동산 12건 등 자산 매각에 나섰으나 끝내 117 빌딩 프로젝트를 되살리진 못했다.

지난 2018년 톈진 빈하이 신구 당국은 “2018년 말까지 주요 구조물을 완공하고 2019년 말까지 엘리베이터 설치 등 내부 시설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프로젝트 재개 의지를 밝혔으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러한 움직임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홍콩 봉황TV 최근 보도에 따르면, 빈하이신구 전체 건설 프로젝트 중 완전히 중단된 것은 30%이며 나머지도 상당 부분 잠정 중단됐다.

톈진은 충칭시, 윈난성, 지린성 등과 함께 지난해 ‘부채 고위험’ 지방정부 12곳으로 중앙정부 당국에 의해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채무는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톈진시 당 서기로 있던 2007~2012년 시작된 막대한 건설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2014년 2월 당시 국무원 부총리였던 왕양은 전월 실시한 지방정부 감사에서 톈진시 부채 비율이 128%인 2246억 위안(약 42조원)으로 조사되자 “이미 해결할 시점을 지났다”며 “톈진의 미래 세대가 부채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톈진의 지방정부 부채 비율은 약 300%로 조사됐으며, 지난해에는 “실제로는 500%가 넘어서 파산 상태”라는 소문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

아울러 톈진시 지방정부 공무원과 교사 임금이 체불,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 당국이 재정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