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남은 임기 ‘사법 개혁’ 추진…대법관 종신제 폐지·대통령 면책 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법관 종신제 폐지와 대통령 면책 특권 제한 등 ‘사법 개혁’을 제안했다.
에포크타임스가 백악관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5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사법 개혁 완수에 시간을 쏟을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민권법 제정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법원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회복하기 위한 세 가지 대담한 개혁안을 요구한다”며 대법원 개혁에 초점 맞춘 사법 개혁안을 제안했다.
현행 종신제인 대법관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고, 대법관의 행동을 제약할 행동강령을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현직 대통령은 공무수행에 관해서는 기소에서 면제된다는 면책특권 제한도 담겼다.
사법 개혁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요구해 온 과제다.
여성의 낙태권을 법원 판결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 번복 이후 불거졌다. 지난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은 법원이 아니라 주의회가 정할 일이라고 판결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따르면 대법원 임기 18년 제한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참가한 양당 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임기를 검토한 결과 내놓은 방안이다. 대법관의 오랜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법관 행동 강령은 판사들이 받은 선물 내역을 공개하고, 공개적인 정치 활동에 참여를 자제하며 자신 혹은 배우자가 재정적으로나 다른 요인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사건에서 빠지도록 요구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현직 대통령 면책특권 제한 제안은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 성향 판사가 우위에 있는 대법원에서는 7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 공식 (공무)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며 2020년 미 의사당 난동과 관련해 사실상 면책을 인정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며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위험한 선례”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바이든, 임기 중 진보진영 사법개혁 요구에는 침묵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초 트럼프 면책 특권 판결이 내려지자 헌법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법 개혁에 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부터 대법원 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는 2020년 대선 후보 시절, 대법원 개혁을 준비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일부 진보 인사들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관련 법 제정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2021년 말 약 300페이지 분량의 대법원 개혁 방안 보고서를 보고받은 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대통령이 진보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괜찮지만, 공화당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안 된다는 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는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반대한 공화당을 비판했지만, 그 자신은 2020년 대선 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을 비난한 바 있다.
공화당 하원의장 “법안 제출 즉시 폐기될 것”
사법 개혁안이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행 수정헌법 제5조에 따르며, 상원과 하원 재적의원 각각 3분의 2가 개정안을 승인하고 각 주의회에서도 재적의원 4분의 3이 비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하원 통과가 불가능하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법 개혁안과 관련 “하원 표결조차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은 도착하자마자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주 의회 비준을 통과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상황이 달라져 개정안에 변경이 가해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개헌이 이뤄진 것은 1992년이며 1789년 제안 이후 20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됐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개혁안에 대한 개인적 찬반을 떠나, 현 상황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 전까지 트럼프와 대법원을 몰아세우기 위한 정치 공세용 제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UCLA 정치학 자문위원이자 전 연방 검사 출신인 네아마 라흐마니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은 이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제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레임덕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5개월 임기에 대법원과 대통령 모두 신뢰와 책임을 회복할 수 있는 변화를 돕기 위해 시간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 이 기사는 멜라니 선, 제이법 버그가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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