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온건 개혁파 페제시키안 54% 득표로 당선

강경파 집권세력 건재…주요 정책엔 변화 없을 전망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온건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승리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란을 세계에 개방하고 국민이 열망하는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개혁안을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일 이란 내무부는 전날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페제시키안 후보가 1638만 표를 얻어 득표율 54%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강경파로 러시아·중국과 관계 강화를 주장해온 사이드 잘릴리(59)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1353만 표에 머물렀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고 소셜미디어에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페제시키안 지지자들이 춤을 추거나 차량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게재됐다.
이란의 공식 명칭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며 공화국 체제에 따라 대통령과 의회 의원을 국민투표로 직접 선출하지만, 실질적인 1인자는 종교적 리더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이다.
현 라흐바르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가 건재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로 온건 개혁파 대통령이 탄생하더라도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하마스에 대한 지원이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등 주요 정책에는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의사 출신으로 보건부 장관을 지낸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종교 지도자 및 강경파 등 현 집권 세력과 맞설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하메네이가 사실상 차기 1인자로 점찍은 자신의 둘째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데 페제시키안의 대선 승리가 일정 부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1차 투표에 도전한 4명의 대선 후보 1, 2위를 대상으로 치러졌으며 사상 최저 투표율인 약 49.8%를 기록했다.
낮은 투표율은 지난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임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1차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4년간 이란의 투표율은 급속한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숨진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 선거는 48%, 올해 3월에 실시된 총선 투표율은 41%였다.
이를 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사회적 제약 등 종교 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한 현 집권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신은 “지난주(1차 투표)에는 기권했지만 오늘(결선 투표)은 페제시키안에게 투표했다”며 “그가 레임덕 대통령이 되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강경파보다는 낫다”는 한 이란 유권자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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