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산 돈육 반덤핑 조사 발표에 EU “조금도 두렵지 않다”

도로시 리
2024년 06월 20일 오전 9:45 업데이트: 2024년 06월 20일 오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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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당국 “우리는 WTO 규정 준수…중국 조사에 적극 협조”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1%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데 따른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축목업협회(축산협회)가 유럽산 돼지고기 및 돼지 부산물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할 것을 상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2025년 6월 17일까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경우 조사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알렸다.

이번 발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인상 조치가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이 EU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EU는 “중국의 반덤핑 조사를 두려워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인 올로프 길은 17일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의 이번 발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중국의 반덤핑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우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조사를 실시하도록 적절히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제기한 덤핑 혐의를 부인하며 “이에 대해 조금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WTO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는 주요 돼지고기 생산국으로 EU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EU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는 대부분 중국에 수출된다.

하지만 EU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돼지고기 수출 규모는 최근 들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는 71억 유로(약 10조 5300억 원) 규모였지만, 지난해 25억 유로(약 3조 7100억 원) 규모까지 감소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EU 깃발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앞으로 대(對)중국 돼지고기 수출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이번 조치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반보조금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이후 조사 대상을 태양광 패널, 의료기기, 주석도금 강판(석도강판) 등 다른 중국산 제품으로까지 확대했다.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은 지난 1월 유럽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사평론가 싱톈싱은 에포크타임스에 “브랜디가 유럽 국가들의 주요 수출 품목임을 고려하면, 중국공산당이 이를 무기로 삼아 EU를 겨냥한 경제적 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인상 조치가 내려진 직후, 전문가들은 “중국이 또다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이 EU를 겨냥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할 것임을 발표한 것이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왕슈웬 연구원은 “이번 일로 유럽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중국이 먼저 화해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 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시장과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