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밀착하면 대가 치를 것” 美 대사, 헝가리에 경고

애런 판
2024년 06월 17일 오후 6:10 업데이트: 2024년 06월 17일 오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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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유럽의 탈중국 물결 맞서 헝가리에 투자 확대

데이비드 프레스먼 헝가리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헝가리 정부에 경고했다.

프레스먼 대사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헝가리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는 헝가리에 투자한 미국 기업 관계자들에게 “중국은 비즈니스 관계를 악용해 다른 국가에 서서히 침투하려 한다”며 “최악의 경우, 중국에 ‘주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고 전했다.

프레스먼 대사는 스리랑카의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항구 등 스리랑카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했다. 이는 스리랑카의 주권이 심각하게 짓밟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러는 사이, 이탈리아는 중국의 강압적 투자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는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서 탈퇴했다. 당시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 프로젝트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이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먼 대사는 “헝가리가 중국을 미국보다 더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도 중국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지만, 투명하고 명확한 절차에 따라 자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만 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헝가리 관계

최근 몇 년간 중국과 헝가리는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로디움그룹(Rhodium Group)’과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對)유럽 투자는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EU 깃발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헝가리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 투자액 중 44%가 헝가리로 향했는데, 이는 2022년 21.3%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중화경제연구소의 왕궈천 연구원은 “헝가리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정권은 자금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를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헝가리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유럽 내 대표적인 친공(親共) 국가인 헝가리는 2015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해 이탈리아가 탈퇴함에 따라 헝가리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일한 유럽 국가가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헝가리를 방문해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만나 양국의 비즈니스 관계 강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공동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칭하며 우호를 과시했다.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참여국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채 함정은 곧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심화하면 참여국 내 정치적·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침투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