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강경 진압” VS “표현의 자유 존중”…지지층 분열
한쪽 편들면 다른 쪽 돌아설 상황, 진퇴양난에 처한 바이든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대학 캠퍼스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위를 진압하고 대학 캠퍼스의 반(反)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요구하며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의 자유를 옹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전쟁 당시의 혼란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진보주의자로 유명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시위를 1968년 일어난 베트남전 반전운동에 비유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을 지지해 역풍을 맞자 재선 도전에 포기했던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는 바이든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바이든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존슨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적으로 그는 몇 가지 주요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대(對)베트남 견해에 대한 반대 때문에 196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어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번 전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로 인해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위기는 반전 시위와 함께 민주당 내부 분열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와 유사하다. 그러나 두 상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사학자인 데이비드 피에트루자는 에포크타임스에 “1960년대에는 전국적인 반전 시위 대부분이 징병제에 대한 반감에 기반을 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징집돼 베트남에 파병되는 것에 항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차이점은 1968년 민주당 내에서 존슨의 재선에 대해 처음에는 유진 매카시, 그다음에는 로버트 케네디의 반대가 있었다는 점”이라며 “오늘날 민주당 내에는 이 같은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1968년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50여 년 전과 같은 격렬한 내분이 2024년에도 반복되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1968년은 민주당에 격동의 해였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해 존슨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The Great Society programs)’을 지지했던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존슨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환영받지 못하자 혼란에 빠졌다.
전당대회 여파로 존슨 전 대통령은 당이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존슨 전 대통령은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불쾌한 적이 없었다”며 “평생을 함께한 당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고, 야유와 욕설 없이는 나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이 어떠한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해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중 베트남 전쟁과 정치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시카고 거리 폭동과 폭력 속에서 결국 당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서 당내 깊은 분열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학자 피엔트루자는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며,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경찰의 대응은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만큼의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 험프리 후보는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패배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패배의 원인을 법과 질서를 회복하는 데 소극적인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좌절감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러한 역사적 유사성을 감안할 때, 많은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학생들에게 미국이 법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시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여론과 가자지구에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 여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여러 비판이 초래한 압력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캠퍼스와 그 밖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유대주의의 ‘격렬한 물결’에 대해 지난 7일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한 홀로코스트 추모 연설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너무 많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부정하고, 경시하고, 합리화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일으킨 테러 참사를 이미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비열한 일이며,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경고했다.

대학 시위, 대선 라이벌 트럼프에 정치적 호재될까?
공화당에선 현재 미국 대학들을 점령한 시위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공화당은 대체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동의하고 이를 결정한 이스라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대학에서의 혼란 종식을 위해 각 대학에 주 방위군을 파견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월 30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뉴욕주 뉴욕 시내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의 한 건물을 점거했다. 이 사건은 컬럼비아 대학 측이 시위 참가 학생 중 시위 해산을 거부한 학생들을 정학시키기로 결정한 후 발생했다. 하지만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분노한 것은 공화당원들만이 아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민주당원 래리 서머스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컬럼비아 대학을 비판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지난 4월 29일 X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충언하건대,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당시 버클리 대학에서 일어난 반전 시위를 주방위군을 동원해 강경 진압한 것으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많은 국내 주요 대학 지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 세력에게 정치적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올해 4월 중순부터 미국 내 여러 대학 캠퍼스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경찰은 지금까지 2천 명 이상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때로는 경찰이 고무탄, 최루탄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제압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델리아 라미레스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평화를 위해 들고 일어선 청년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전에도 이러한 일들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그들이 옳다는 것을 보아왔다.”
컬럼비아 대학에서의 소요사태에 대해 묻자 라미레스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이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마다 시위대의 요구는 다르지만, 대다수 시위대는 대학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업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정치전략 전문가이자 전 뉴욕주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칼루치는 이번 대학가 시위가 1968년 반전 시위와 유사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를 베트남 반전 시위와 비교하는 것은 사과를 오렌지에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칼루치 전 의원은 또한 공화당에 대해, 이번 시위를 마치 국가적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심은 이러한 시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너무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라며 “공화당은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시위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이번 시위를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로 극좌파와 같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지만, 이 유권자들의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는 2024년 대선에서 유권자 중 4100만 명은 Z세대이며, 이번 시위를 벌이는 유권자는 그들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민주당 지지층의 핵심축인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8~34세 유권자층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양자 대결 시 1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움 붙은 집토끼…바이든 앞에 놓인 딜레마
31세의 윌라 폴마는 최근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뉴욕 대학 시위에 참석했다. 그녀는 캠퍼스 시위가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미국인들의 지지를 되찾을 기회를 해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폴마는 에포크타임스에 “민주당은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의 미래이자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하버드 케네디 스쿨 정치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경제(11%), 인플레이션(8%), 낙태(6%), 환경(5%) 등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았으며, 다른 주제에 비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2%)’은 주목받지 못했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3%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대학 당국의 정학 및 퇴학 조치에 대해 “적절하다”, “가혹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그 수치는 68%로 증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다른 계층, 특히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지지층의 표를 잃지는 않을지 고심하고 있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72세 랜스 베넷은 이런 점에서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하며 “만약 바이든이 청년 표심을 얻지 못한다면 매우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면서 “(양측 지지를 모두 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쪽의 항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